“휴가 냈는데 이러기예요?” 오락가락 백신 요일제 분통

입력 2021-11-03 18:01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맞춰 위탁의료기관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능 요일을 주 3회로 줄이는 ‘접종 요일제’가 도입되면서 의료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이 시행을 코앞이 둔 시점에 지침을 내리는 바람에 기존 예약자들이 급하게 일정을 변경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지난 6월 얀센 백신을 접종한 직장인 이모(31)씨는 추가접종(부스터샷) 예약이 시작된 첫날인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동네병원을 선택해 오는 17일 접종 예약에 성공했다. 회사에는 당일 휴가를 쓰겠다는 신청도 했다. 그런데 이씨는 지난 1일 병원으로부터 예약된 접종일을 변경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병원 측은 “백신 접종일을 주 3회로 줄이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예약한 17일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3일 “접종일이 이틀 앞당겨 지면서 급하게 휴가 일정을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이달부터 위탁의료기관당 하루 평균 백신 접종 건수가 7건 이하로 줄 것으로 보고 백신 폐기 최소화 차원에서 접종 요일제를 시행키로 했다.

문제는 관련 지침이 급하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국민일보가 확인한 ‘코로나19 위탁의료기관 요일제 운영관련 변경사항’ 문서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이 지침은 얀센 접종자 대상 추가접종 예약이 시작된 지난 28일에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달됐다. 해당 공문이 각 위탁의료기관으로 전파되는 시차를 고려하면 이미 예약을 마친 신청자도 있었던 셈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위탁의료기관 관계자는 “뒤늦게 기존 예약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 날짜를 바꿔달라고 사과를 하면서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 콜센터를 통해 요일제 시행 불만을 토로하는 민원 전화가 매일 수십통씩 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갑작스러운 요일제 시행으로 전국에서 수십건의 불만이 협회 측에 들어왔다”면서 “촉박한 정책이 이뤄지지 않도록 시정해달라고 협회 차원에서 질병청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의료현장 혼선이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요일제 시행 시기를 오는 7∼8일 또는 14∼15일로 정할 수 있도록 연장했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이날 “요일제 관련 논의는 충분히 했지만 위탁의료기관에 (지침이) 다 전달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일부 혼란이 있었다. 계속 소통하며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