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지침으로 집회 인원이 확대된 후 처음 진행된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에서 진영싸움이 벌어져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정의연이 제151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예고한 3일 오후 12시가 가까워지자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부근은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날은 1인 기자회견으로 진행되던 수요시위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에 따라 단체 집회로 바뀐 첫 날이었다.
집회 시작 전부터 곳곳에서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연대’와 친일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서울 종로경찰서가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240여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해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고성이 오가는 등 일대가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반일행동 측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 완전해결’ 등이 적힌 팻말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들고 “평화시위를 방해하지 말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반면 자유연대 측은 “우리가 정식으로 등록한 집회 장소를 왜 점령하냐”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실제로 수요시위가 매주 벌어졌던 소녀상 앞은 자유연대가 11월 말까지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다. 집회 주최 측은 30일 전부터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자유연대 측은 수요시위가 열리는 날 이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불침번을 서가며 먼저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연은 상징성이 큰 이곳을 보수단체에 내주고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소녀상 앞 장소 쟁탈전은 정의연 후원금 횡령 의혹 등이 불거진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정의연은 집회 형태가 아닌 1인 기자회견 식으로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를 이어왔다. 이달 들어 인원 제한이 풀려 단체 집회가 가능해졌지만 이날 집회 장소를 선점 당했다. 정의연 측은 “현장이 혼란스럽지만 꿋꿋하게 수요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