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헝가리서 ‘경제 외교’…유람선 사고 추모공간도 방문

입력 2021-11-03 17:26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와 영국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유럽 마지막 순방지인 헝가리를 국빈 방문했다. 헝가리는 1989년 동구권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과 수교를 맺은 나라다. 한국 대통령의 헝가리 국빈 방문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찾지 않던 헝가리를 문 대통령이 방문지로 택한 것은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4개국으로 구성된 지역협의체 비세그라드 그룹(V4)과 경제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창설 30주년을 맞은 V4는 한국의 유럽 내 최대 수출시장이자 2대 교역 대상 지역이다. 유럽연합(EU) 내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곳으로, 650여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특히 헝가리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위치한 독일·프랑스와 가까워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이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올해 한국과 헝가리는 지난해 교역 규모(약 36억 달러)를 경신하며 경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 콘셉트는 경제외교”라며 “자동차와 인프라, 배터리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를 탈피한 외교 다변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문 대통령을 수행하며 양국 기업들의 원활한 투자를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머르기트교 인근에 조성된 추모공간을 방문,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일 오후 국빈 방문 첫 일정으로 2019년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부다페스트공항에 도착한 직후 여장도 풀지 않고 추모 공간이 마련된 다뉴브강 머르기트교로 향했다.

추모 공간에는 2019년 5월 29일 허블레아니호 참사를 상징하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 등 33명을 태우고 야경 투어에 나섰던 허블레아니호는 대형 크루즈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2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우리 국민의 영혼을 위로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추모비 옆에 올리고 묵념했다.

문 대통령은 버르거 미하이 헝가리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부터 추모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듣고 “헝가리 정부가 추모 공간을 마련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헝가리 국민께서 지난 1주기, 2주기 때마다 함께 추모의 마음을 모아주신 것을 한국 국민은 잊지 않겠다”면서 “앞으로 영원히 양국 국민의 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추모 공간에 심어진 은행나무를 보고 “은행나무는 아주 장수하는 나무로 잎도 굉장히 많이 달리게 되고 열매도 풍성하다”며 “양국 관계도 그렇게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