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난데없이 이스라엘과 설전 벌인 북한

입력 2021-11-03 17:01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지난해 9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웹 TV로 중계된 일반토론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이스라엘과 ‘인권’ 문제를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였다. 팔레스타인 문제와 코로나19 방역조치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이다.

3일 미국의 소리(VOA)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제76차 유엔총회에서 북한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팔레스타인 인권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다. 김 대사는 지난달 27일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제4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대표단은 팔레스타인과 아랍의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다”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모든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차별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를 논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주유엔 이스라엘 대표는 크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대표는 “북한 대표는 뻔뻔하게도 인권이라는 말을 써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고통받는 자국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봉쇄하는 국가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며 “북한 대표가 자기 나라에 관심을 집중하기를 제안한다”고 힐난했다.

설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일 속개된 회의에서 김인철 주유엔 북한 대표부 서기관은 이스라엘이 북한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언급한 데 대해 거부감을 표했다. 김 서기관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국가 일부 또는 전체를 봉쇄하는 등 전염병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는 전적으로 내정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며 “이스라엘 상황은 어떻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도 지난달 22일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조치를 놓고 “북한 내 지독한 인권유린 상황이 더욱 악화된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이 국경 진입자를 사살하는 등 방역을 이유로 가혹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생필품 확보에도 충격을 줬다”고 우려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