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전망대에 서면 왼쪽부터 63빌딩과 남산, 노들섬을 거쳐 제2 롯데월드까지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꽉 막힌 전망대를 오를 필요도 없이 도로에서 자연을 벗 삼아 10여분만 오르면 되는 거리다. 망원 렌즈를 짊어진 사진가들이 한강의 야경이나 풍경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원을 빙 둘러 완만한 둘레길을 내려가면 또 다른 봉우리 옆에 하얀 벽과 원목 기둥으로 둘러싸인 동작청년카페 1호점 ‘더 한강’이 나타난다. 창업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권세민(24·여)씨가 ‘더 한강’의 주인이 됐다. 1층에서 음료를 받아 2층에 올라가면 통창 밖으로 여의도~용산~강남으로 이어지는 라운드뷰가 펼쳐진다. 오전부터 많은 청년이 노트북 하나 둘러메고 가을 하늘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지난 9월 23일 개업 이후 20일만에 하루평균 170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지난 4월 시민에 개방된 서울 동작구 용양봉저정 공원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채워진 동네 명소다. ‘용이 뛰놀고 봉황이 높이 난다’는 의미의 용양봉저정은 정조가 화성 현륭원의 사도세자 묘를 참배하러 가는 길에 한강을 건넌 후 쉬었던 행궁이다. 사거리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있던 이곳을 문화거리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동작구는 그 옆 야산을 깎아 공원을 만드는 ‘사고’를 쳤다. 공직 생활을 오래 한 구청 직원들조차 “여기는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젓던 곳이었다.
하지만 정작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근사한 쉼터가 태어났다. 아이들은 산 중턱에 설치된 여러 놀이기구에서 해가 지는 줄 모르고 뛰어논다. 조그마한 원형 무대에는 조만간 여러 공연을 유치할 예정이다. 공원 자체가 오목한 컵 모양이어서 굳이 객석을 찾지 않아도 공원 전체가 관람석이다. 10여분 걸어 올라가면 나타나는 하늘 전망대는 원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진사들의 야경 포인트였다고 한다. 이곳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포토존’도 마련했다.
반대편 봉우리에 위치한 더 한강은 사실상 버려졌던 노인정이었다. 동작구 본동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옛 구립강남경로당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특색있는 카페 운영을 위해 청년 사업가의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더 한강 명칭은 ‘서울에서 한강이 가장 잘 보이는 카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이름으로, 이 역시 주민 공모를 통해 탄생했다.
청년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카페는 모든 곳이 아기자기하고 깔끔하다. 1층에서 커피 한잔을 받아 2층으로 올라가면 통창 밖으로 보이는 용산~강남의 스카이라인만큼은 뉴욕 맨해튼을 뺨친다.
이렇게 큰돈을 들이지 않고 ‘과감한’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걸어 만들어진 게 용양봉저정 공원이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3일 “행정구역에 구애받지 않고 용산구와 영등포구까지 연결하는 ‘문화 영토’를 확대해 용양봉저정 일대를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과거 왕의 쉼터를 이제 주민의 쉼터로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의 시작을 열기엔 안성맞춤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