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로봇 뒤집기’ 논란을 옹호한 가수 이승환을 향해 “사람들 보는 앞에서 패대기만 치지 말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로보월드’에 참석해 4족 보행 로봇을 살펴보던 도중, 테스트라기 위해 로봇을 밀어 넘어뜨렸다. 이 모습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과격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승환은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11년 동안 백돌이 밥(전기) 안 줬음. 죄책감, 측은함 1도 없이 로봇의 허기짐에 감정이입 못하는 난 #사이코패스?”라고 적었다. 또 그는 ‘#로봇학대’ ‘#끝판왕’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이 후보를 두둔했다. 백돌이는 이승환 소유의 로봇 개 이름이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승환이 이 후보를 옹호한 기사를 공유하며 “밥을 주든 안 주든 알아서 하시되, 사람들 보는 앞에서 패대기만 치지 마시라”며 “꼭 하셔야겠다면 혼자 계실 때 하시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달 31일에도 “기본적으로 감정이입 능력의 문제”라며 이 후보의 ‘로봇 뒤집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개발자들이야 로봇을 혹독한 조건에 몰아넣고 가혹하게 학대 하는 실험을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살아있는 개와 똑같이 행동하는 존재가 학대당하는 모습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대부분 사회화 과정에서 습득한 감정이입의 능력이 거의 본능처럼 몸에 코딩되어 있다”며 “이 후보의 행동에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그 역시 자기들처럼 감정이입의 능력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는 당연한 기대가 갑자기 깨진 데에 대한 당혹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로봇을 생명처럼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소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적어도 문 대통령은 보통사람들과 이 능력을 공유하고 있었다”라며 “문재인과 이재명이라는 두 인성의 차이는 바로 이 감정이입의 능력에 있다”라고 적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번 논란에 대해 “이 로봇은 넘어져도 자세복귀 능력이 있다고 해서 추격 테스트에 이어 전도 테스트로 넘어뜨려 본 결과 텀블링으로 훌륭하게 원자세 복귀를 했다”며 “복원 장면은 삭제한 채 넘어뜨리는 일부 장면만 보여주며 과격 운운하는 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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