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 8년 뒤 국가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과 같은 확장적인 재정 운용을 중단하고 세입확충 기반을 마련해 나랏빚 증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2030 중기재정전망’에서 2029년 국가채무가 202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30년에는 2198조8000억원으로 올해 국가채무(963조9000억원·2차 추경 기준)의 2배 이상 규모다.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정책 방향이 2026년 이후에도 유지되는 것을 가정한 ‘현상 유지’ 시나리오 결과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국가채무는 내년 1072조6000억원에서 매년 늘어나 2026년(1575조4000억원)에는 1500조원을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내년 50.4%로 50%를 돌파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61.0%를 기록한다. 국가채무가 2000조원 넘게 쌓일 것으로 전망되는 2029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75.2%까지 치솟고 2030년에는 80%에 육박한 78.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정부의 이자지출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17조9000억원 규모인 이자지출은 2023년 21조2000억원으로 늘어나 2028년에는 31조7000억원까지 불어난다. 2030년에는 36조4000억원을 국채 이자로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가 늘고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하면 국가 신용 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라 살림도 급격히 나빠진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내년 61조9000억원 적자에서 2026년 85조9000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진다. 2029년에는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104조8000억원으로 불어난 뒤 2030년에는 112조6000억원까지 치솟게 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내년 99조9000억원에서 2029년 150조9000억원, 2030년 158조4000억원까지 늘어난다. 매년 적자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예정처는 지출을 통제하고 세입확충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상 유지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하되 2026년 이후 재량지출을 감축하면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소폭 둔화된다. 나랏빚이 2000조원을 넘어서는 시기도 현상 유지보다 1년 늦춰진 2030년(2016조7000억원)이 될 수 있다.
세금을 더 걷는 방법도 대안으로 지목됐다. 2023년부터 조세부담률을 1%포인트(p) 인상하고 2026년 추가로 1%p 인상하는 방식이다. 조세부담률을 높이면 관리재정수지가 개선돼 이자지출이 감소한다.
예정처는 지출통제와 세입 확충을 조합한다면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면 국가채무는 2030년까지 1689조3000억원 선에서 관리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6% 수준이다. 통합재정수지는 2029년 5조2000억원 흑자로 돌아서며 2030년(14조4000억원)에는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재정이 운영되면 경상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2023~2030년 꾸준히 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경제 위기 때 경험했던 높은 재정적자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예정처의 설명이다.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앞서 기획재정부 지난해 말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의 반대 속에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여당은 코로나19로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이 느슨하다고 주장한다.
예정처는 “향후 지출통제와 세입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적자와 국가채무 상승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부가 제안한 ‘한국형 재정준칙’ 등 재정규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