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꾸준한 매출 증가세에 힘입어 3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4분기에 D램 가격 하락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둔화한다는 예측이 우세해 정점을 찍고 내림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가 1448억 달러(약 171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 전분기보다 7.4% 증가한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 반도체 시장 역사상 최대 매출이다.
세계 반도체 매출은 올해 들어 매월 증가세를 보였다. 3분기 말인 9월 매출은 483억 달러(약 57조원)를 찍었다. 지역별 9월 매출을 보면 미주 지역이 지난해 9월보다 33.5% 늘어 가장 많이 늘었다. 유럽(32.3%), 아시아·태평양(27.2%), 일본(24.5%), 중국(24.0%) 등 전 지역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3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반도체 성장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70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15조8200억원)의 3분의 2 수준인 10조600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도 역대 최대인 매출 11조8053억원을 올렸다.
4분기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업황 둔화로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세도 주춤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29일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램 PC향 범용제품의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71달러로 지난달보다 9.51% 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계속되고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의 변동 폭도 줄어 전체 하락 범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4분기는 전통적으로 메모리반도체의 비수기이고, ‘반도체 겨울’이라고 우려할 만큼의 경기 침체는 아니다. 시스템반도체는 오히려 매출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전체 반도체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기술력이 높은 고효율 제품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불확실성을 타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는 업황에 연계해 유연하게 진행할 것이며 신중한 검토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불확실성으로 수요 변화가 일어날 경우 유연하게 대응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