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급식재료 경쟁입찰 철회하라”…화천 군납 농가 반발 거세

입력 2021-11-03 14:26
강원도 화천군 군납 농가들이 3일 화천읍에서 국방부의 일방적인 군 급식정책 변경을 반대하며 시가지 행진을 하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 군납 농가들이 3일 지역에 주둔하는 7사단과 15사단 앞에서 국방부의 일방적인 군 급식정책 변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군납 농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부대 앞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화천교육지원청 앞에 집결한 뒤 화천군청 광장까지 시가지 행진을 했다. 이어 군납 농민들의 요구가 담긴 대정부 건의문을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전달했다.

군납 농가들은 건의문을 통해 “군 부실급식 주요 원인은 관리 시스템의 문제임에도 국방부는 농산물 조달체계를 문제로 인식해 본질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군 급식정책 변경은 군 급식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서, 접경지역지원특별법 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군 급식 로컬 푸드 확대와 같은 국가정책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또 경쟁조달체계 적용계획 철회, 농민과 군 장병이 상생하는 군 급식제도 개선안 마련, 수입품을 원재료로 만든 김치 납품계획 중단, 군 급식 계획생산 및 접경지역 지정품목 재배 농가의 피해 방지 대안 마련 등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김상호 화천군 군납협의회장은 “국방부가 현 개선안을 고집한다면 생업을 포기하더라도 맞서 싸우겠다. 앞으로 대규모 상경 집회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7월 국내 군납 농축수협 90여곳이 1년 단위 수의계약으로 식재료를 납품하는 체계에서 경쟁입찰로 바꾸는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육군 2개, 해·공군 각 1개 등 4개 부대에서 경쟁 조달 체계를 통한 급식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적용한다.

국방부 계획대로라면 현재 국방부와 농협 간 수의계약 물량은 내년에 30% 감소한다. 이어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50%, 70% 줄고, 2025년에는 전량 경쟁조달 체계가 도입된다.

군납 농가들은 경쟁입찰 방식 도입 시 대기업과의 경쟁은 물론 수입 농산물로 인해 지역 농축산물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화천지역 농축산물의 군납 규모는 총 74개 품목, 6070t, 216억1500만원에 달한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군 급식 문제는 접경지역 농업인들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농업인들의 의견을 관계부처에 신속히 전달하겠다”며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경쟁조달 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화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