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첫 일정으로 헝가리 선박사고 추모공간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Margit híd) 인근에 마련된 헝가리 선박사고 추모 공간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하고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찾은 머르기트 다리는 2019년 5월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야경 투어 도중 대형 크루즈선인 바이킹 시긴호에 받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이 사고로 허블레아니호에 탑승 중이던 한국인 2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 등 2명도 숨졌다.
헝가리 정부는 올해 5월 자국 예산으로 한국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다리 인근에 별도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 추모 공간에는 희생자 28명의 이름, 사고 경위, 추모 문구가 한국어와 헝가리어, 영어 3개 국어로 적힌 높이 1.6m, 길이 7m 크기의 추모비가 세워졌다.
추모 공간 가운데에는 은행나무도 심었다. 은행나무는 처음에는 더디게 자라지만 한순간 크게 자란다. 이 같은 은행나무의 특성에 한국과 헝가리의 관계 구축과 성장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고 당시 헝가리 정부가 실종자 수색·구조에 최선을 다해줘 감사하다”며 “헝가리 국민도 함께 걱정해주고, 애도해주셨다”며 “영원한 애도를 위한 추모 공간을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헝가리 국민 두 분도 희생되셨는데, 그분들에게도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양국 국민의 우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3일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 이어 오는 4일까지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비세그라드 그룹(V4)과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