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성 짙어”… 민주당 의원, TBS 예산 삭감 반발

입력 2021-11-03 14:16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캡처

서울시가 TBS(교통방송) 출연금 삭감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TBS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씨가 친여 성향을 드러낸 데 따른 보복성 불이익 조치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절대다수인 시의회가 정면충돌을 예고하며 서울시의 예산안이 어느 수준까지 관철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 행정사무 감사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TBS 출연금을 올해보다 123억원 깎은 252억원으로 책정한 것을 두고 ‘보복성 예산 편성’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만선 의원은 “지난 8월 임시회 때 서울시가 시의회에 보고한 TBS 출연동의안을 보면 내년 출연금이 389억원인데 불과 두 달 새 예산안이 확 바뀌었다”며 “징벌적 요소가 가미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춘례 의원도 “출연금 삭감은 보복성이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보탰다. 경 의원은 지난달 29일에도 예산 삭감 추진과 관련해 “오 시장이 시민의 방송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이 의도적으로 예산 삭감에 개입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원철 의원은 “10월 8일 서울시가 교통방송에 통보한 출연금이 332억원이다. 애당초 충격요법을 쓸 생각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서울시는 재정 자립을 위한 충격요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재정 자립에 가장 필요한 상업광고 허가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얻어내려면 출연금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윤종장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은 “출연금을 조금씩 삭감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광고 허용의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며 “방통위에 강력한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실무 예산과에서 통보한 내용이다. 10월 7일 (시 산하 기관의) 경영혁신보고회 이후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초까지는 올해 (예산) 수준에서 삭감하는 얘기가 실무진에서 오갔지만, 경영혁신보고회에서 TBS의 보고를 받고 보니 재정 확충에 대한 노력이 거의 없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재정독립이 어렵고, 더 큰 충격이 필요할 것 같다고 시장께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수의 진을 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이겨나갈 수 없다“며 ”언론 길들이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2022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독립언론, 독립방송이란 권리·권한과 함께 의무와 책임도 돼야 한다. 재정의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며 예산 삭감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독립된 언론의 힘으로 정부 정책이나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 대안 제시를 하려면 재정 자립이 가장 선행돼야 하고 그 힘은 광고 수입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