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11세 어린이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화이자 백신을 5∼11세 어린이에게 맞히라고 권고한 것을 받아들여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ACIP는 표결을 통해 14 대 0의 만장일치로 이 연령대에 대한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이로써 미국에선 5~11세 어린이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모든 규제 절차가 마무리됐다. CDC는 “우리는 백신 접종 권고를 미국 내 약 2800만명의 어린이 집단으로 확대하고 의사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이들에게 백신을 맞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3일부터 미국 전역의 소아과와 아동병원, 약국, 백신 클리닉, 일부 학교 등에서 5~11세 어린이들을 상대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어린이 백신 접종에 대해) 의문이 있는 부모들은 이 백신과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더 많이 배우도록 소아과 의사나 보건교사, 동네 약사와 상담하라고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CDC의 최종 승인이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결정은 부모들이 수개월간 자녀를 걱정해온 것을 끝내게 하고, 어린이들이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는 정도를 완화시킬 것”이라며 “이 나라에서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한 우리의 싸움에서 중대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결정이 나올 것에 대비해 전국 2만5000여개의 접종소에서 어린이 접종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다만 해당 연령대 어린이들이 얼마나 백신을 맞을지는 미지수다. 어린이 백신 접종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과 우려 때문이다. 미국 카이저가족재단(KFF)의 지난달 말 여론조사 결과 5~11세에 대한 코로나19 접종 승인이 내려지면 자녀가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고 답한 부모는 27%에 불과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6살 아들을 둔 수실리즈 앨버레스는 아들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앨버레스는 “백신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면역과 영양인데 백신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허낸데즈 윙커·데이비드 윙커 부부는 “우리 애는 조산아로 태어나서 백신이 아이의 면역체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아과 의사와 면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반면 백신 찬성론자인 다니엘라 보에서는 AFP에 딸에게 백신을 맞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이자는 이날 자문위원들에게 백신 부작용을 겪은 5∼11세 어린이들이 16∼25세 청소년·성인보다 훨씬 적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서 발열을 경험한 비율은 5∼11세는 6.5%로, 16∼25세의 17.2%보다 낮았다.
앞서 지난달 29일 미 식품의약국(FDA)은 5~11세 아동에 대한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대신 FDA는 5~11세 아동들의 백신 투여량을 10㎍(마이크로그램)으로 제한했다. 12세 이상의 투여량은 30㎍이다. 지금까지 이 연령대 어린이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한 나라는 중국과 쿠바,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해 극히 일부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