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의 만남이 최종 무산됐다. 연내 굵직한 다자외교 일정이 없고,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 간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까지 한·일 정상의 만남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COP26 마지막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 자리했다. 당초 기시다 총리도 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불참하고 기조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등과 회담을 했다.
기시다 총리는 국내 선거 일정 때문에 지난달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했다가 이날 오전 영국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기시다 총리가 반나절 일정으로 짧은 순방에 나서면서 애초 한·일 정상회담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양자 회담까진 어렵더라도 한·일 정상이 정상회의장에서 잠깐 조우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결국 만남은 무산됐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만날 시간이 부족했다. 아예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악화된 한·일 관계가 한·일 정상 회동 불발의 주된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행정부는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있어 강경 기조를 보였던 아베·스가 내각을 답습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파기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끈 전력도 있다. 두 정상은 지난달 첫 정상통화에서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 도중 바이든 대통령과는 짧게 만남을 가졌다. 일본 외무성은 미·일 정상이 이번 만남을 통해 양국 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과 지역 정세 및 기후 변화 대응에서 계속 긴밀히 협력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접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무성은 이번 만남이 어떤 형태로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시간상으로 두 정상은 정식 회담이 아닌 약식회담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부다페스트=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