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재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선대위원장들 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됐다.
이 후보는 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외연적 원팀은 잘 구성된 것 같다”면서도 “우리 선대위가 워낙 매머드급이라 책임과 권한이 불분명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서 ‘각자가 후보다’ ‘각자가 상임선대위원장이다’라는 생각으로 책임의식을 제고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호중 원내대표는 “66년 민주당 역사상 가장 단합된 원팀으로 선대위가 출범했다”고 화답했고, 이 후보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우원식 의원은 “전환기 위기 속에 국민이 가진 걱정을 그동안 실천으로 풀어온 후보가 이재명 후보이고, 이 후보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는 후보이기 때문에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당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 좌장으로 캠프를 이끌었던 설훈 의원은 “다 아는 원론적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며 “국민이 어떤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생각해보니 진실한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에 얼마나 일을 잘 해낼 것인가 하는 추진력을 따질 것이고, 그다음에 지혜롭게 국정을 이끌 것인지, 좋은 정책이 있는지가 셋째인데, 이 세 가지가 합일되면 그분은 틀림없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완벽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금 불리하지만 그나마 나은 사람을 찾을 텐데, 지금 나와 있는 후보들을 보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다”며 “다 고만고만한 장점이 있는데 우리가 후보를 얼마나 잘 내세워 국민께 호소해내느냐에 따라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의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했기 때문에 이날 발언도 이 후보의 도덕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됐다. 설 의원은 회의 후 발언 의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모르겠다”면서도 남미 출장으로 인해 당분간 선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즉각 반발하지는 않았다. 이 후보 측 한 의원은 “설 의원답게 말씀 잘 하셨다”이라며 “오늘 덕담하는 분위기에서 개성 있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선거라는 것이 원래 끝날 때까지 서로 조율하고 합을 맞춰가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경선 후유증을 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문제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며 “이 후보 측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대 진영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안규영 최승욱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