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쳤는데 함성 금지라니” 야구장 방역수칙에 논란

입력 2021-11-03 10:20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차전에서 관중들이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

프로야구 경기장 내 응원 구호와 함성이 금지된 것과 관련해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방역 수칙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내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는 것은 되는데 왜 육성 응원은 안 되냐는 지적이다. 방역 당국은 함성이나 구호를 외치면 침방울 배출이 많아져 마스크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3일 “바이러스가 새어나가니 조금 조심 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응원 구호나 함성을 외치는 관중들의 모습들이 다수 발견됐다. 이는 현행 기준상 방역 수칙 위반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일 오전 백브리핑에서 “접종 완료자들로만 관중이 구성되면 취식이 허용된다. 취식할 때는 마스크를 벗는데 이때 함성을 외치면 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방역지침 준수를 강조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응원단장과 긴급회의를 했다. KBO는 향후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및 적시타 등이 나올 때 응원가를 틀지 않기로 했다. 선수 이름을 외칠 때도 함성 대신 박수로 응원을 펼치기로 했다. 육성 응원이 지속될 경우 경기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보내기로 했다.

2일 열린 2차전에서는 관중의 육성 응원이 확연하게 사라진 모습이었다. 각 팀 선수들이 적시타를 쳤을 때 일부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전광판에도 육성 응원이 금지돼 있다는 문구들이 수시로 나왔다. 관중들 대부분 정부의 방역 수칙에 협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하지만 프로야구 경기 특징상 중요 순간에는 응원이나 함성이 자연스레 터져 나오게 되는데 이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스크 착용 상태의 육성응원이 취식보다 위험할 것이란 생각이 안 든다” “응원팀이 적시타를 치는데 억제가 가능하냐” “술집에서 대화는 가능한데 야구장 응원은 불가능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조용히 보기만 할 거면 야구장에 왜 가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일부에서는 “육성 응원이 중요하냐. 안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치맥은 되고, 함성은 안 된다’는 논란과 관련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고함을 많이 치면 바이러스가 새어나가니 조금 조심 해 달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치맥처럼) 마시고, 드시고 하시는 것은 저희가 요청은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렇지만 함성 지르는 것은 조금만 줄이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