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팔레스타인 인권유린” 이스라엘 “뻔뻔하다”

입력 2021-11-03 07:58 수정 2021-11-03 11:23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군사 행동을 중단하라.”(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당신 나라나 신경 써라.”(이스라엘 대표)

북한과 이스라엘이 유엔총회에서 ‘인권’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북한의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주민들의 인권을 심하게 침해한다며 국제사회가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나온 장면이다.

미국의 소리(VOA)는 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제76차 유엔총회에서 북한과 이스라엘이 북한의 코로나 통제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이스라엘은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4위원회에서 충돌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거론하면서 입씨름이 시작됐다.

김 대사는 “북한 대표단은 팔레스타인과 아랍의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다”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모든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차별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를 논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유엔 이스라엘 대표는 발끈했다. 이스라엘 대표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대표는 뻔뻔하게도 인권이라는 말을 써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고통받는 자국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봉쇄하는 국가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며 “북한 대표가 자기 나라에 관심을 집중하기를 제안한다”고 반박했다.

북한 대표부 김인철 서기관은 지난 1일 속개된 회의에서 “최근 거의 모든 국가에서 국가 일부 또는 전체를 봉쇄하는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는 전적으로 내정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며 “이스라엘 상황은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반발은 국제사회가 엄격한 코로나 대응 조치를 비판하면서 나왔다. 미국은 지난달 22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 대해 “전면적 국경 폐쇄, 국내 여행 제한, 인도주의적 지원 물품 수입제한 등 조치로 북한 내 인권유린 상황이 더욱 악화된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날 출석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이 이동을 제한하고 국경을 폐쇄하면서 주민들이 식량을 포함한 기본 생필품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