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병’ 김영희 “월 70만원 생활…서장훈·허재가 도움”

입력 2021-11-03 04:56 수정 2021-11-03 09:53
전 농구선수 김영희.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영상 캡처

거인병(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는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 김영희(58)의 근황이 3일 공개됐다.

김영희는 최근 유튜브채널 근황올림픽에 출연해 “얼마 전 크게 아파 2개월 동안 입원을 했다”며 “장기가 커지는 게 거인병 증상이다. 이전에 수술했던 자리에 피가 많이 고였다더라. 힘든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전 농구선수 김영희는 전성기였던 1987년 ‘거인병’으로 불리는 말단비대증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다.

김영희는 “LA올림픽 당시 키가 제일 컸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절 의식해서 쳐다보곤 했다. 그때 키가 2m5㎝였다”면서 “(서울로 돌아와) 카퍼레이드도 했다.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986년 아시안게임까지 뛰고 나서 이듬해 11월 훈련 도중 반신 마비가 오고 앞이 안 보였다. 실명할 뻔했다”며 “머리에 있는 큰 혹이 시신경을 누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1984년도 LA올림픽을 마치고 왔을 때도 이미 몸이 엄청 커져 있었다”며 “당시 소속팀 감독님은 살쪄서 온 줄 알더라. 그때만 해도 (병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때였다”고 전했다.

전 농구선수 김영희.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영상 캡처

김영희는 “당시 진통제만 하루에 15알 넘게 먹었다”며 “뇌 수술받고 나서 외출을 하면 등 뒤에서 사람들이 ‘여자야 남자야’ ‘저것도 인간이냐’ 하면서 큭큭 웃더라. 한 할머니는 흉측한 동물을 보듯 놀라시더라. 그때 제가 ‘죄송하다. 저도 사람이다’라고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바로 다시 집에 들어왔다”며 “언제는 중학생 20명이 대문을 두들기면서 ‘거인 나와라’라고 소리 질렀다. 그렇게 한 3~4년 정도 집 밖으로 안 나갔다. 불안증, 우울증이 심해져서 밤에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날에 난방도 틀지 않고 문을 열어 놓고 혼자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영희는 최근 입원으로 인해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매달 나오는 체육 연금 70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 보름 만에 다 없어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입원하면서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후배 농구 선수 서장훈과 과거 대표팀에서 함께 운동했던 허재 감독이 응원차 돈을 보내줬다. 정말 마음이 따뜻하다. 고맙더라”면서 “너무나 커서 많은 사람에게 부담을 드리는 게 죄송하지만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