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바람을 타고 태양광 산업에 볕이 들고 있다.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앞 다퉈 투자를 늘리고 나섰다. 다만 태양광 발전이 화석연료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려면 소재, 효율성 등에서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세계 태양광 신규설비 규모는 107GW였다. 올해는 117GW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규 태양광 설비 용량은 2015년 대비 118.4% 증가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에 풍력, 수력은 각각 3.0%, 48.6%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 발전이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산업에 온기가 흐르는 이면에는 ‘탄소중립’이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에 속도가 붙으면서 재생에너지 생산 산업, 특히 태양광이 주목 받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 공급원에서 태양광 비중을 4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태양광 발전의 미국 내 전력 공급 비중은 5%를 밑돈다. 바이든 행정부가 태양광 전력 공급 비중을 늘리려면 향후 4년간 총 120GW, 이후 총 300GW에 이르는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그만큼 관련 산업의 수요도 높아지는 셈이다.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도 호조를 맞고 있다. 국내의 유일한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OCI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887억원, 영업이익 19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90% 늘었다. 영업이익은 977%나 급증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2019년 매출 3조5552억원, 지난해 3조7023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 성장흐름을 타고 있다. 다만 올해 3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7.2% 감소한 8273억원, 영업이익은 95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미국발 물류대란 여파로 선박을 이용한 제품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원자재 가격 강세가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화학업계도 친환경을 선언하면서 태양광 관련 신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최근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태양광 패널 프레임의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태양광 소재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태양광 패널 소재 생산 등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보조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하는 전지업계도 분주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현대에너지솔루션, 한국솔라시스템 등이 태양광 발전의 설비와 관련된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한다.
다만,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태양광 발전이 더 빠르게 늘고, 더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블룸버그NEF는 지난 7월 발간한 ‘신에너지 전망(New Energy Outlook) 2021’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넷제로’ 달성 또는 이에 근접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455GW의 태양광 발전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관측했다. 이는 지난해 총 발전량 대비 3.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 유럽의 태양광 발전은 올해 여름 유럽 전력의 약 10%를 생산했으나, 여전히 석탄 발전(14%)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엠버의 유럽 책임자인 찰스 무어(Charles Moore)는 “유럽은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기록적인 여름을 보냈으나 아직 그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태양열이 화석 연료보다 더 많은 전력을 제공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