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받은 법률 자문의 핵심은 당시 실무책임자인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민간 사업자들이 배임의 공범으로 묶인다는 데 있다.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상록은 초과이익 분배조항 삭제 과정에 ‘적법하고 타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유 전 본부장 등에게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민간 사업자들이 여기에 가담했다고 판단한 근거로는 하나은행 컨소시엄 제안서에만 깨알같이 적힌 ‘비참가적 우선주’ 문구를 꼽았다. 공사와 해당 컨소시엄 사이 사전 교감 없이는 사용되기 힘든 표현이라고 본 것이다.
민간 사업자의 공범 성립 여부는 손해배상 책임과도 연결된다. 상록은 매매계약을 통해 이뤄진 배임 행위에 계약 상대방이 적극 가담했다면 해당 계약은 무효라고 본 판례를 들어 공사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화천대유 관련자 등이 배임에 공모했다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상록은 이와 관련해 “초과이익 배제 조항을 통해 공사와 민간사업자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논리도 함께 제시했다.
2일 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회신한 법률자문에 따르면 상록은 2015년 당시 공사 대표자(직무대행)의 배임 행위에 적극 가담한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들에게 배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사업협약을 이끌었던 유 전 본부장에게 업무상배임죄가 적용된다는 전제 하에 화천대유 등도 공범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이런 결론을 낸 근거는 공사의 질의 답변과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사업제안서에 남아있는 공모의 흔적이었다. 공사는 2015년 2월 공모지침서와 관련해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질의를 받았다. 그 중 한 질문은 ‘1차 사업과 2차 사업 이익 배분 이후로는 추가로 공사에 제공하는 개발 이익 배당은 없다고 보면 되느냐’는 내용이었다.
공사는 이 질의에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 2차 이익 배분에 한정한다”고 답했다. 자체적으로 추가 이익 배당은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해당 답변 내용은 공모지침서에도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상록은 꼬집었다.
공사의 스스로의 이익을 제한한 이 답변을 사업제안서에 적극 반영한 곳은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뿐이었다. 당시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제안서에서 공사가 50.1%를 가져가는 우선주와 관련해 ‘의결권 있는 비참가적, 누적적 우선주’라고 부연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 용어는 우선주 몫의 배당이 끝나면 나머지 이익에 대해선 배당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질의답변에 맞춰 공사가 추가 배당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제안서에 명시한 셈이다.
상록은 “관련자들이 인식하지 못 할 정도로 아주 작은 부분에 (해당 문구를) 삽입했다”며 “주주협약서에서는 이를 명문화해 총매출액 재산정 문제를 더 다툴 수 없는 것 인양 호도했다”고 꼬집었다.
초과이익 분배 조항이 삭제되는 과정에서도 적법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게 이번 자문의 결론이었다.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이 왜 삭제됐는지는 배임죄 성립 여부를 가를 쟁점으로 꼽혀왔다. 당초 공사의 공모지침서는 ‘사업 종료 시점의 총 수익금’을 수익분배의 전제로 삼았는데, 이후 사업협약 과정에서는 총 수익금 계산에 중요한 추가 배당에 대한 조항이 사라졌다.
상록은 “초과이익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민간사업자가 독점 취득하게 하는 등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관련자들이 배임의 공범으로 묶인다면 공사가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대법원은 2009년 “법인 대표자가 매매계약을 통해 배임행위를 저질렀고, 그 계약 상대방이 배임에 적극 가담했다면 해당 계약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면 당시 공사와 하나은행 컨소시엄 사이 계약도 무효화된다는 게 상록의 의견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화천대유 관련자들이 배임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지 않는다면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만배씨 등이 배임 공범으로 함께 기소돼 유죄가 나온다면 계약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거나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상록은 자문에서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초과이익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법리도 함께 제시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사업제안서에서 공사에 5600억원을 무이자로 제공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는데, 아직 이 약정은 이행되지 않았다. 상록은 “중요한 계약의무의 불이행을 근거로 계약을 일부 해제하고, 초과이익 부분은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