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전시 새내기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해당 사건을 자체 조사하던 시 감사위원회가 결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최진석 대전시 감사위원장은 2일 대전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자체조사로는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위해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해당 공무원이 숨진 날로부터 3일 뒤인 9월 2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진행됐다.
시 감사위는 숨진 공무원과 함께 근무했던 부서의 동료, 공무원 동기, 타 부서 직원, 친분관계에 있는 공무원 등 20여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면담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메신저 대화나 쪽지 기록, 병원 진단서, 휴대전화 기록과 녹취록을 확보하는 한편 지난달 21~31일 관련 부서장·팀장·팀원 등 5명에 대한 집중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참고인 20여명의 증언이 모두 다르고, 유족 주장과 사건 관계자들의 답변 내용이 상반돼 조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행정기관은 사건 참고인 및 관련자들의 임의제출 외에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갑질 여부를 시에서 자체 판단하는 것은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갑질행위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위해 수사 의뢰를 희망하는 여론도 다수 있다”며 “사건 관련 자료를 모두 수사기관에 넘기고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수사 결과 갑질로 판명이 나면 행위자에게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시 감사위의 이 같은 결정에 유족측은 책임 떠넘기기라며 즉각 유감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유족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디라이트는 이날 논평을 내고 “유족과 해당 부서가 상반된 주장을 한다는 명분으로 수사기관에 떠넘기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허태정 대전시장과 대전시 감사위원회의 ‘나몰라라’ 하는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시가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디라이트는 “일반 사기업도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에 대해 사내 위원회가 조사해서 결과를 내는데, 광역지자체인 시가 관련 조사와 판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시장과 시 감사위원회가 무능하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기관의 조사는 몇달, 혹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수사기관에 의뢰한다는 말로 책임을 떠넘기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 조치도 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