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체들 보조금 안 주면 미국 내 공장 안 짓겠다 위협”

입력 2021-11-02 15:48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의 세금감면을 볼모로 공장 건설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관대한 세금 혜택 없이 미래의 미국 공장을 폐기하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공장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쿼츠는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보조금을 유치하려는 게 스포츠팀이 해왔던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스포츠팀이 지방 정부로부터 수억 달러의 지원을 받아 새 경기장을 지어도 정작 세금을 낸 납세자들은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텔은 의회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하는 CHIPS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2개의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폐기하겠다고 위협했다. 인텔 정부관계 책임자 알 톰슨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CHIPS 자금 없이는 공장 건설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TSMC도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착공 하기 전에 비슷한 위협을 가했다고 쿼츠는 지적했다. 마크 리우 TSMC 회장 2020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보조금은 TSMC가 미국에 팹을 설립하기로 한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텍사스 오스틴이나 테일러에 지을 계획이다. 최종 결정은 결국 세금 혜택을 어느 쪽이 더 많이 주는 가 여부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텍사스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세금 감면이 위치 결정의 중요한 요소임을 분명히 했다고 쿼츠는 전했다.

반도체 공장 건설은 수십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공사 기간도 몇 년이 소요된다. 반도체 경기가 늘 호황은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공급 과잉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위험이 존재한다. 때문에 업체들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부의 보조금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급망을 연구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윌리 시 교수는 “미국 정부가 무엇을 제공하는지에 관계없이 반도체 제조업체는 미국의 숙련된 노동력을 활용하고 미국 장비 제조업체와 가까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이행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