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내부고발자 “저커버그 CEO자리 내려놔야”

입력 2021-11-02 15:14 수정 2021-11-02 15:28
MarketWatch 캡쳐.

최근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최고 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 향해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랜시스 하우건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된 정보기술 콘퍼런스 ‘웹 서밋’에서 내부 고발 이후 첫 공식 연설을 진행했다. 하우건은 이 자리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남아있다면 회사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저커버그의 CEO 사임을 촉구했다.

하우건은 “(저커버그의 사임은) 다른 누군가가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안전·보안에 신경을 쓰는 누군가가 있을 때 페이스북이 비로소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우건은 “나는 저커버그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많고, 어쩌면 다른 사람이 (저커버그의)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Reuters 캡쳐.

하우건은 그러면서 페이스북이 주식을 두 종류로 나눠 의결권을 차등 부여한 이중 클래스 주식 구조 때문에 저커버그를 CEO에서 사임시키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차등의결권을 채택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증시에서 거래되는 클래스 A 주식에는 주당 1표 의결권을 부여하는 반면 저커버그 등 페이스북 내부 인사 소유인 클래스 B 주식에는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반에 못 미치는 주식을 보유한 저커버그는 과반 의결권을 갖게 된다. 하우건은 “주주들이 CEO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구조를 비판했다.

하우건은 최근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비판받고 있는 일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은 이미 벌인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제쳐두고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면서 “우리 플랫폼(페이스북)이 최소한의 안전 수준을 확보하도록 투자하는 대신 비디오게임에 수만 명 엔지니어를 투자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이게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CNBC 캡쳐.

페이스북의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했던 하우건은 회사 경영 과정에서의 비윤리적 관행들을 폭로하는 문건인 ‘페이스북 페이퍼’를 외부로 유출, 내부 고발자가 됐다. 하우건은 ‘페이스북 페이퍼’를 미 의회 및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제공했고, 미국의 언론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하우건은 이어 지난 26일 소셜미디어 규제 방안과 관련한 영국 의회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은 안전을 그저 비용으로만 취급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들을 극단으로 치닫게 해 중도 좌파는 극좌파로, 중도 우파는 극우파로 유도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그들의 자회사 인스타그램 앱으로 인해 10대 소녀들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각종 악재가 잇따라 터지며 페이스북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후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는 등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