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비키니’ 규정 날렸지만 “여자만 꼭 맞게” 차별

입력 2021-11-02 15:03 수정 2021-11-02 15:25
노르웨이 여자 비치 핸드볼 선수단. 인스타그램 캡쳐

비치 핸드볼 여성 유니폼 규정을 비키니 형태의 상·하의로 제한해 국제적 비판을 받았던 국제핸드볼연맹(IHF)이 유니폼 규정을 공식 변경했다.

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핸드볼연맹은 10월 한 달간 비치 핸드볼 유니폼 규정에 대해 논의한 끝에 “여자 선수들은 몸에 꼭 맞는 짧은 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것으로 규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노르웨이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이 유로 비치 핸드볼 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비키니가 아닌 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유럽핸드볼연맹(EHF)으로부터 1500유로(약 200만원) 벌금을 부과받으면서 핸드볼 유니폼 규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유럽 핸드볼연맹이 반바지 유니폼을 ‘부적절한 복장’으로 규정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점 때문이다.

당시 미국 팝스타 핑크는 본인의 트위터에서 “성차별적인 규정을 반대한다. 벌금을 대신 내겠다”고 밝히는 등 반바지를 입은 노르웨이 여자 비치 핸드볼 팀을 지지하는 입장들이 나왔다. 이에 노르웨이 여자 비치 핸드볼팀도 인스타그램에서 “성원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유럽 5개국 스포츠 장관들은 지난달 국제핸드볼연맹에 공동 서한을 보내 “성별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가 스포츠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해야 한다”며 ‘구식 복장 규정’을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여자 비치 핸드볼 변경 전(왼쪽) 유니폼 규정과 변경 후(오른쪽) 규정. 가디언·국제핸드볼연맹 캡쳐

유럽 핸드볼 연맹의 벌금 부과에 비판 성명을 냈던 노르웨이 성 평등 인권단체는 이번 규정 변경에 대해 “스포츠에서 여성 차별 및 성적 대상화를 종식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며 “미래에는 모든 여성이 유니폼과 성희롱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자 비치 핸드볼 유니폼 규정. 국제핸드볼연맹 캡쳐

그러나 바뀐 규정이 여전히 여성에 대해서만 ‘몸에 딱 맞는’ 유니폼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 유니폼 규정은 민소매와 반바지 모두 ‘몸에 딱 맞는’ 조건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남자 선수들은 ‘너무 헐렁하지 않다면’ 무릎 위 10cm까지 일반 반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