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화산가스, 9000㎞ 날아 한반도 왔다…천리안 위성 포착

입력 2021-11-02 11:44 수정 2021-11-02 14:31
2021년 10월 23일 이탈리아 에트나 산이 분화하면서 화산재로 온 마을이 뒤덮였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폭발한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 분화 과정에서 나온 아황산가스(SO₂)가 9000㎞를 날아 한반도 상공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화 5일 만인 28일쯤 강원도 상공을 지나는 모습이 천리안위성 2B호에 포착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일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화된 아황산가스가 한반도 북쪽 상공을 지나는 상황이 포착된 정지궤도 환경위성(천리안위성 2B호) 영상을 환경위성센터 누리집(nesc.neir.go.kr)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에트나 화산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동부에 있는 유럽 최대의 활화산이다. 올해만 해도 2월 16일 분출한 후 분화를 거듭하다 지난달 23일 오후 5시(한국시간)에 또다시 폭발했다. 이때 방출된 아황산가스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 성향의 기류를 타고 아시아 대륙으로 향했고 며칠 전 한반도 상공까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에트나 화산에서 분출된 아황산가스(SO₂)가 이동하는 모습. 국립환경과학원

국립환경과학원은 유럽의 저궤도 환경위성(TROPOMI)의 자료를 이어붙여 에트나 화산가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그 결과 아시아 대륙을 향해 가던 중 에트나 화산가스가 분화 이틀 후인 25일쯤 두 개의 기류로 나뉘었고 그중 하나가 한반도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산가스는 27일 한반도 북쪽에 처음 유입됐고, 다음 날인 28일엔 한반도 남쪽으로 이동하며 북한과 강원도 일부 지역의 상공을 지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에트나 화산가스가 한반도를 지나갔지만 지상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28일 화산가스가 강원도 상공을 통과할 때 측정된 아황산가스 농도는 전날(0.002ppm)과 유사한 0.003ppm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연구진은 화산가스가 대류권(10㎞) 상층부 이상의 높이에서 이동하면서 지표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23일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화한 화산가스가 28일까지 아시아 지역 내에서 이동한 경로. 국립환경과학원

정은해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수천㎞ 떨어진 이탈리아 화산이라도 대규모로 폭발하면 화산가스가 아시아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고, 우리 정지궤도 환경위성으로 시간별 이동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기존의 지상관측망에 위성의 장점까지 더해진 입체관측체계로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감사와 대응에 만전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