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 성폭행 시도’ 절친, 용서하니 2차 가해…결국 2심서 징역

입력 2021-11-02 11:35 수정 2021-11-02 14:22

대학교 같은 과 친구를 성폭행하려 했던 대학생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용서 기회를 줬지만 이를 무시하고 2차 가해를 한 것이 형이 늘어난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2일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1월 29일 오전 2시30분쯤 전북의 한 원룸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피해자 B씨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대학을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던 A씨와 B씨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학교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A씨는 술자리에서 B씨가 취하자 그를 원룸에 데려다 줬다. 이후 B씨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을 본 A씨는 강간을 시도했다. 정신을 차린 B씨는 격렬히 저항했고 A씨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B씨는 믿었던 친구인 A씨에게 이 같은 일을 당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A씨의 장래를 생각해 경찰에 고소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B씨는 자신과 함께 가입한 동아리에서 탈퇴할 것을 A씨에게 요구했다. A씨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탈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B씨는 대학 내 상담실에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A씨에게 ‘2019년 3월까지 휴학한다면 형사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A씨는 휴학 시점을 1년 후인 2020년 2월까지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A씨가 해당 시점까지 휴학한다면 형사 처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하며 용서 기회를 줬다. 하지만 A씨는 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B씨는 여러 차례 용서 기회를 줬음에도 이를 무시하자 A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휴학 등을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용서 기회를 주었지만 피고인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죄질도 나쁘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사는 “피고인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반복된 약속 위반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뒤늦게 대학교를 휴학하긴 했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2차 피해의 후유증과 피고인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의 정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형을 정할 때는 피해자의 의사도 균형감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중대한 성폭력범죄 피해와 함께 피고인의 거듭된 약속 위반에 따른 2차 피해를 적지 않게 받았던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강간죄 또는 강간미수죄의 높은 법정형과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관한 일반적인 처벌에 비춰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가볍다”고 덧붙였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