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화폐 과세’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다시 과세 유예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앞서 과세 유예를 주장한 바 있어 후보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계획대로 과세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정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 가상자산 테스크포스(TF) 간사이자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만 고수하는 기재부와 국세청의 아집을 비판하고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가상자산으로 얻은 연간소득의 20%를 과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저는 이미 당 가상자산TF 및 대정부질의, 국정감사를 통해 제대로 준비되지 않고 사회적 합의 없는 과세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조세 원칙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가상자산은 개념 정의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의 정의에 따라 과세 범위나 분류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세는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납세자들의 상식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현재 정무위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는 보호하면서 건전한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돼 논의를 앞두고 있다”며 “가상자산 과세는 이러한 법안이 통과된 이후 논의되는 것이 순리이고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가상자산 과세 시기로 2023년을 꼽았다. 김 의원은 “올해 안에 법을 만들고 내년에 준비해서 2023년부터 (과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대선 때부터 이 후보를 도우며 최측근으로 활동한 김 의원이 강하게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나선 것에는 이 후보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후보는 지난 5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과세를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가 가상자산 유예에 긍정적인 입장이냐’는 질문에 “몇 달 전 후보 입장이 나온 적이 있다. 내일도 관련 토론회가 열려 당내 가상자산 과세 유예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참여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과세 유예가 원내 지도부 조율을 거쳐 후보 공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여전히 내년 과세를 주장하고 있어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문제를 놓고도 이 후보 측과 정부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 측은 정책 문제를 놓고 논의가 계속되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