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보낸 노태우 조전…“정부, 3일간 공개 안했다”

입력 2021-11-02 08:35 수정 2021-11-02 10:4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사진)과 노태우 전 대통령 영정. 신화뉴시스,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냈는데,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에게도 바로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1일 외교부는 중국, 일본, 태국, 쿠웨이트, 바레인, 헝가리, 과테말라, 몰디브, 세이셸, 가봉 등 10개국으로부터 조전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노 전 대통령이 별세하고 3일 뒤인 지난달 29일 “노 전 대통령이 한·중 수교와 양국 파트너십에 기여했다”라는 취지의 조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3일이 지난 이날 보도자료를 냈다.

유족 측은 “장례식을 거의 다 마치고 주한 중국대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조전이 왔다는 걸 알게 됐다. 정부에 문의했더니 그제야 말해줬다”고 조선일보에 전했다.

외교부 측은 “받은 조전은 모두 청와대에 전달했다. 유족에게 ‘꼭 전해 달라’는 요청이 따로 있지 않으면 외국 정부로부터 온 조전을 유족에게 반드시 전해드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족에 따르면 시 주석의 조전에는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해 달라”는 당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1988년 2월~1993년 2월) 중 소련이 붕괴하고 동구 공산권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북방 외교를 펼쳤다. 소련에 이어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한·중은 2022년 8월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28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님은 중국의 오랜 친구”라며 “중·한 수교를 결단한 업적은 지금도 우리 양국 국민들에게 의의가 있다”고 조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