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공동 구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배송 늦을수록 할인된다’는 미끼로 물품 대금 4700억원을 빼돌린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일부 사이트 이용자에게만 물건을 지급해 구매 후기를 유도하고 SNS 소통방을 만드는 등 치밀하게 피해자를 기만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엣지베베 등 10개의 공동 구매사이트를 운영하며 거액의 판매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사이트 운영 총책임자 박모(34)씨 등 13명을 지난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박씨 등 3명은 구속 송치됐고 일부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말단 직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20~30대 여성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사이트를 운영하며 2만여명의 피해자들로부터 2019년 초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470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피해액 가운데 약 1800억원에 상당하는 자산을 추징 보전해 동결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름의 공동 구매사이트 10개를 운영했지만, 매출액은 사실상 총책 박씨에게 전달됐다. 각 사이트를 운영하는 공동구매장(공구장)과 간부진은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중간에서 챙기는 구조로 운영됐다.
이들은 물품 배송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수록 할인율이 높아진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배송 시간을 길게 해두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물건 대금을 빼돌린 뒤 나중에 주문한 고객의 돈으로 기존 고객이 사겠다는 물품 대금을 충당하는 식의 ‘돌려막기’ 수법을 쓴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공동 구매사이트 운영 초기에는 유아용품과 생필품을 팔았다. 나중에 규모가 커지자 상품권·골드바 등 고가 물품을 판매하려다 덜미가 걸렸다. 대금 규모가 큰 물건을 취급하면서 ‘돌려막기’ 방식으로는 거래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드러난 것이다.
처음에는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물건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도 했지만, 점점 납기일이 늦어지거나 납품하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일부 고객에게만 물건을 정상 납품한 뒤 이들이 구매 후기를 남기도록 유도해 다른 고객을 기만했다. 이들은 거래 방식을 의심하는 고객들에게는 SNS ‘소통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