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산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산림협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3년 2개월만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은 자연 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으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당시 남북 정상이 군사나 대북 제재 완화, 대북 지원 등의 기존 분야에서 벗어나 환경 영역까지 협력 분야를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평양정상회담 4달 뒤인 2019년 1월 산림청에 ‘남북산림협력단’을 설치하며 후속 조치에 나섰다. 또 북한과 산림병해충과 소나무재선충 공동 방제, 북한의 양묘장 현대화, 북한 자연생태계의 보호 복원 협력도 추진했다. 산림기본법을 개정해 남북 산림협력의 법적 추진 근거를 마련하고 대북지원용 종자 채취에 나서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대북전단을 근거로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하며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등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산림협력도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도 문 대통령이 산림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환경이라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분야를 바탕으로 꽉 막혀있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환경과 안보, 경제를 결합하는 전략으로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 면적은 899만㏊로 전체 면적의 73%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황폐화한 산림은 284만㏊로 전체 산림 면적의 약 32%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협력해 나무를 더 심고, 척박한 환경에도 자랄 수 있는 우수한 종자를 전달한다면 북한의 식량난을 일부 해소할 수 있고, 온실가스도 줄이는 게 가능하다. 산림을 재건하며 공감대를 이룬 남북이 안보나 군사 영역으로 논의를 확장하는 그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이런 구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 관계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 교류가 아예 단절된 지금 시점에선 북한의 산림 실태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활발이 이뤄지고 남북 대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의 산림 협력 카드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글래스고=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