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보수진영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안 대표 측이 야권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안 대표는 1일 대선 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당선을 목표로 나왔다. 정권교체를 할 것”이라고 완주 의사를 드러냈다. 안 대표의 3지대 형성과 추후 행보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그러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태규 의원 “안철수 단일화에 관심 없어”
안 대표의 대표 측근으로 평가되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1일 저녁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안 대표는 지금 단일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본인으로 단일화된다면 받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대해서도 “지난번에 무산됐다. 완전히 무산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마 단일화하자고 국민의힘이나 아마 다른 사람들이 많이 달려들 것 같다”며 “본인들의 부족한 부분을 안 대표를 이용해서 좀 채워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해보겠다고 하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안 대표가 (단일화 제안에) 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본인이 생각한 국가 비전, 시대에 대한 상황인식을 가지고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며 대선 완주 의사를 드러냈다. 이어 “합당을 하지 않는 것이 야권을 위해 더 도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제1야당의 한계를 보면 국민의당이 더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가 열릴 때마다 출마하느냐는 세간의 비아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많이 노력하고 성과를 냈던 김대중 대통령도 네 번의 도전을 했다”며 “대중적 지지를 가진 정치인이 자기 이상과 하고자 하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밭에서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과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권 도전이다.
국민의힘 주자 “정권 교체 위해 단일화 해야”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자 국민의힘 내에서도 야권연대 논의가 한창이다. 국민의힘 일색으로 전개돼오던 야권의 대선판이 안 대표 출사표로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대부분은 정권교체 차원에서 안 대표와의 단일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당내 경선에 한창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동정부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안 대표와 지난 8월까지 몇 번 만났다. 이번 대선에는 분리돼서 출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데 안 대표도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당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본다”면서도 “대한민국에 중도적 가치를 가장 상징하는 분이 안 대표다. 중도지향적인 분들을 모시고 오려면 안 대표가 없어서는 안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당장 합당 가능성은 작게 점치면서도 후보 단일화만큼은 분명한 의사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 역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유 전 의원은 전날(31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대표가 끝까지 대선에 나와 몇 퍼센트라도 가져가면 그것은 중도 보수의 분열이며 정권교체가 힘들어진다”면서 “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안 대표와 즉각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원 전 지사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일화를 안 할 명분도 없을뿐더러 본인이 출마하는 것도 국민이 받아들일 명분이 부족하다. 어렵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야권 통합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안 대표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주한 EU대사 접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할 것이 없다. (안 대표는) 당긴다고 당겨지는 분도 아니고 민다고 밀쳐내지는 분도 아니다”라고 했다.
야권표가 분산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무운(武運)을 빈다”고 짧게 답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