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 이후 확진 2~3배 늘 것”…중증·사망 관리가 관건

입력 2021-11-01 18:44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이 점심식사 중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한결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살얼음판 분위기 속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정부가 현 수준의 2~3배에 달하는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는 상황에서 병상 여력이 소진되면 일상회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일 최근 5주간 코로나19로 사망한 389명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이들이 294명으로 76.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확진자의 성질에 따라 중환자·사망자 발생은 달라진다”며 “확진자가 5000명이든 1만명이든, (그 중)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분포나 고령층 비율 등이 더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확진자가 늘어도 중환자·사망자가 유지되거나 줄 경우 일상회복 중단 압력도 떨어진다는 취지다.

일상회복 국면에서 절대적인 확진자 수보다 중환자·사망자 규모를 더 중요하게 보겠다는 정부 의중은 방역 당국의 통계 발표 방식에도 묻어난다. 방역 당국은 그간 첫머리에 뒀던 신규 확진자 수 대신 이날부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신규 입원환자 집계를 앞세워 일일 방역 상황을 발표하기로 했다.

문제는 해외 선례에 비춰볼 때 일상회복 이후 확진자 증가 폭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신중히 방역을 완화한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 초 1000명이 채 안 됐던 독일의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이후 ‘위드 코로나’를 거치며 꾸준히 늘어 10월 말 기준 1만8000명을 넘었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면 의료대응체계가 생각보다 빨리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손 반장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일상회복 시작 후 확진자가 지금의 2~3배 수준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4~30일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1716.4명을 대입하면 머지않아 매일 3432~5148명꼴로 확진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 병상체계로 감당할 수 있는 확진자는 하루 최대 5000명 안팎이다.

지역에 따른 편차도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경기도의 감염병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79.2%로 나타나 전국 평균보다 3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전문가 사이에선 중등증 환자는 언제든 위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만큼 관련 병상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적극적인 소통과 인센티브를 통해 기존에 코로나19 확진자를 보지 않던 병원들을 동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덜 위험한 확진자’의 비율을 늘리는 길도 순탄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접종이 시작된 12~15세 청소년 예약률은 27.2%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날부터 아동·장애인·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이용시설에도 ‘방역 패스’(백신 패스)를 적용했다. 미접종자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서를 지참해야만 시설에 출입할 수 있게 했고, 면회도 접종 완료자 중심으로 운영키로 했다. 등교와 출퇴근 등을 제외하곤 미접종자의 외출·외박도 제한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