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사실상 수사의 승부수를 띄웠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14일 김씨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보강 수사에 공을 들여왔다. 영장 발부 여부는 그간의 수사 성패를 평가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두 번째 신병 확보 시도마저 꺾인다면 수사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높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김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김씨는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전 공사 전략투자팀장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화천대유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도록 하고 공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평당 1500만원 이상인 택지 분양가를 평당 1400만원으로 낮게 책정하는 방식 등으로 화천대유가 ‘최소 651억원+알파(α)’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의심한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들의 배임 규모를 또 다시 적게 잡았다는 말이 나왔다. 앞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에선 배임 규모를 ‘수천억원’으로, 김씨의 첫 번째 영장 청구서에선 ‘1163억원+알파(α)’로 적시했다. 이것이 651억원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화천대유의 아파트 분양 이익 등까지 포함하면 배임 규모는 수천억원으로 열어둔 상황”이라며 “배임 혐의 입증을 더욱 탄탄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대가로 지난 1월 31일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뇌물도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으로 특정했다. 수표 추적 등을 바탕으로 1000만원권 수표 40장과 현금 1억원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남 변호사는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과 설립한 유원홀딩스에 35억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김씨의 첫 번째 구속영장에 담았던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 50억원’ 의혹은 이번 영장에선 제외했다. 곽 의원은 2015년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 구성 과정 등에 도움을 준 대가로 김씨로부터 50억원을 병채씨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정영학 회계사에 대해서는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도 계속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구승은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