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오후 4시50분쯤. 핼러윈 데이 인파가 몰린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20대 남성 A씨가 지하철 계단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을 불법촬영하다가 한 시민에게 들통났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은 A씨 휴대전화에서 불법촬영물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도 고릴라 탈을 쓴 남성이 여성을 불법촬영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하기 직전 주말(10월 29일~31일) 이태원과 홍대 등 서울 번화가에선 평소보다 많은 대면 범죄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기간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는 이태원역 인근에서만 360여건의 출동 신고를 접수했다. 지난주 같은 기간보다 3배 많은 수치다. 소음 신고 등 민원 성격의 출동도 포함됐지만 대다수는 취객 간 폭행 시비, 불법 촬영, 강제 추행 등이었다고 한다.
이는 핼러윈 데이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분위기가 겹친 영향이 크다. 핼러윈 데이가 포함된 지난 주말 이태원 일대에만 약 17만명(경찰 추산)이 운집했었다. 경찰은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하면 그간 자제했던 사적 모임이 잦아지면서 대면 범죄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지침이 강화된 이후에는 대면 범죄가 줄어든 대신 비대면 범죄가 상대적으로 기승을 부렸다. 최근 경찰대가 발표한 ‘치안전망 2021’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보이스피싱 등 전체 비대면 범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5% 늘었다. 반면 대면 범죄인 절도와 폭력은 같은 기간 각각 8%, 6% 감소했다.
하지만 방역 지침 완화와 함께 대면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지역 한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폭행 등 대면 범죄가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위드 코로나를 맞아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현장 인력 배치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112상황실 관계자도 “위드 코로나 지침이 나온 후 사건 사고 접수가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증가한 비대면 범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대면 범죄마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비대면 범죄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관련 수사 인력을 유지하면서 대면 범죄 예방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지역 경찰 관계자는 “진화된 사이버 범죄 수사에다 대면 범죄 수사까지 추가로 대비해야 해 현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승 연구위원은 “경찰 본연의 임무는 ‘예방’이기 때문에 파출소와 지구대의 기존 인력을 동원해 순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우범 지역을 다시 파악해 CCTV를 설치하는 등 인적·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신용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