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견 물어죽인 ‘노 입마개’ 대형견 견주, 2심도 벌금 600만원

입력 2021-11-01 18:18
대형견 로트와일러가 주택가에서 소형견 스피츠를 무는 모습.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7월 2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롯트와일러 개물림 사망 사건 해당 가해자 견주는 개를 못키우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유튜브 캡처

자신이 기르던 대형견 로트와일러가 산책하던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이고 개 주인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견주가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1일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76)씨의 선고 공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검찰은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주택가에서 입마개를 씌우지 않은 로트와일러를 방치해 산책 중인 타인의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게 하고 그 견주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목줄을 하고 입마개를 착용하려던 찰나, 열린 현관문으로 로트와일러가 튀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2012년부터 키웠던 로트와일러는 이미 3차례 다른 개를 물거나, 물어 죽인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은 1심과 같이 스피츠 견주를 다치게 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스피츠를 물려 죽게 한 부분에 적용된 재물손괴 혐의는 고의성이 없었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이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맹견을 키움에 있어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다만 피고인의 맹견이 뛰쳐나가 애완견을 물어 죽일 것이란 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 하에 주의 의무를 다하지는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1심 판결을 유지한 이유를 밝혔다.

로트와일러가 다른 개를 물어 죽이도록 할 고의는 없었다는 이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재물손괴죄는 과실범 처벌 조항이 없어 피고인의 고의가 입증돼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가 당심에 이르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맹견을 다른 곳에 입양 보내서 재범 위험성이 없다고 보이고, 나이도 상당하고 건강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로트와일러 등 맹견에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아 사람이 다칠 경우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재물손괴죄는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