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기시다 총리, 영국서 첫 대면 가능성…한일 정상회담은 힘들듯

입력 2021-11-01 18:05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및 한-영 정상회담을 위해 영국 글래스고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국제공항에 도착,공군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글래스고에서 1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제26차 기후변화당사자총회(COP26)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위해 전날 영국을 찾았고,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도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기시다 행정부가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있어 강경 기조를 보였던 아베·스가 내각을 답습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파기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끈 전력이 있다.

지난 7월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 이후 한·일 관계는 냉각 상태고, 양국 실무진 접촉도 최소화 됐다. 양국 간 현안 논의도 ‘올스톱’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양 정상이 실무진 보다 먼저 만나는 건 순리에 맞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총선)가 치러진 지난달 31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TV 뉴스 채널과 생방송 인터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대면 정상회담은 지금 현재는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헝가리 국빈방문을 위해 2일 영국을 떠나고, 기시다 총리도 영국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회담을 위한 물리적인 조건 자체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양 정상이 공식 회담을 하는 대신 회담장 밖이나 한 쪽에서 가볍게 조우하거나 풀어사이드(비공식 약식회담)로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식의 가벼운 대화가 오고갈 수 있다. 청와대 측은 “일본 정상과의 회동 여부나 방식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성사가 불확실한 한·일 정상회담과 달리 미·일 정상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미나 한·일 정상회담은 불발된다면 우리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일본에 밀렸다는 평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래스고=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