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개공 ‘대장동 미스터리 ’ 재구성…이재명은 일축

입력 2021-11-01 17:13 수정 2021-11-01 17:27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사업자 측 주도 아래 공사 담당자가 가담하는 식의 배임에 해당”(성남도시개발공사)
“그분(윤정수 성남도개공 사장) 의견에 불과”(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일부 직원의 일탈…이재명 후보도 속았다고 봐야”(민주당 화천대유 진상규명 TF)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관련기관인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측이 1일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들이 공모해 179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배임 공범으로 판단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성남도개공 보고서를 두고 이 후보와 관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후보 본인은 “(성남도개공 사장) 그분 의견에 불과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성남도개공은 이날 윤정수 사장 명의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대응방안에 대한 보고’ 문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고서에는 대장동 사업추진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과 성남도개공 직원 간의 업무상 배임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인 검토가 상세히 담겼다.

윤 사장은 서두에서 “대장동 사업으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5511억원이라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확보했지만, 소수의 민간 개발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감으로 인해 국가적 논란과 국민의 공분이 불거졌다”며 보고서 작성 경위를 설명했다.

사업자 공모 Q&A서 “공사 추가이익 안 가져가” 답변

성남도개공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에서 이뤄진 방식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① ‘다른 법인의 출자승인’→② ‘민간사업자 공모 및 우선사업자 선정’→③ ‘사업협약’→④ ‘주주협약 및 특수목적법인 설립’ 절차를 밟게 된다.

성남도개공은 이 가운데 ② ‘민간사업자 공모 및 우선사업자 선정’에서 배임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②번 단계는 ‘공모지침서 작성’→‘공모’→‘사업설명회’→‘질의응답’→‘사업계획서(제안서) 제출’→‘평가(정량 및 정성평가)’→‘우선사업자 선정’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성남도개공이 문제 삼은 건 ‘질의응답’이었다.

성남도개공에 따르면 당시 사업자 공모 질의응답 과정에서 ‘1차 사업이익 배분으로 1공단 (공원)조성비를 전액 사업비 부담하고, 이를 제외한 개발이익에서 2차 사업이익으로 임대주택용지를 제공(공사의 출자지분 50.1%)한 이후 추가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공하는 개발이익 배당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 맞는지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성남도개공 측이 1·2차 이익배분으로 공원조성 및 임대주택용지를 가져가고, 추가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 성남도개공 측이 배당받을 건 없는지 질의한 것이었다.

여기에 대한 성남도개공 측의 답변은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는 것이었다. 민간개발에 따른 추가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성남시 측이 더 이익을 가져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었다. 이는 ‘왜 성남시가 민간의 과도한 이익을 더 많이 환수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을 풀어 줄 실마리 중 하나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도개공은 “공모지침서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제출하는 사업계획서 내용에 수익과 비용, 이익 항목이 포함된다”며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금액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경우 생기는 추가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당연히 제시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민간사업자가 추가배당을 모두 가져갈 수 없다는 이유로 공모에 참여하지 않거나 아니면 확정이익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는 이 후보가 지난 10월 18일 국정감사에서 “당시 성남시는 수익을 확정금액으로 했다. 그 반대로 예정된 이익 이상이 생기면 일반 사업자가 갖게 되는 구조였다”며 “이미 사업자 응모가 돼 있는 상태에서 추가 이익이 발생했다고 이를 나눠갖자고 요구했다면 소송이 발생했을 것이다. 감사원도 응모가 돼 있는 상태에서 계약 내용을 바꾸는 것은 징계사유라고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보인다.

성남도개공은 “더 나아가 질문자가 추가이익 배당 제시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이를 하지 않도록 단정적으로 배제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공모지침서의 작성과 질의응답 과정에서의 이런 답변은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남도개공은 “공사 내에 자료가 없고 당사자 진술을 확보할 수가 없어 구체적으로 누가 이런 의사결정에 참여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수사기관의 수사결과에서 밝혀질 사항”이라고 했다.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미스터리 재구성
성남도개공은 ③‘사업협약’ 단계를 통해 작성된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진 것도 문제삼았다. 성남도개공은 “사업협약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모지침서에서 제시했던 ‘사업기간 종료 시점의 총 수익금’ 계산을 배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 후보가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 초과이익을 왜 환수하지 않았느냐’는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은 것과 관련된 대목이다.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팀은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34분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넘어 발생하는 추가이익금은 출자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마련해 내부 전략사업팀과 경영지원팀에 검토를 요청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5시50분 당시 개발사업1팀은 검토 요청에 대해 문서상으로 아무런 응답을 받지 않은 채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다시 고쳐 재검토를 요청했다. 앞선 ‘추가이익금 별도 배당’ 내용이 빠진 채였다. 반나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성남도개공에 따르면 당시 문서를 보냈던 개발사업1팀장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전략사업팀의 요청으로 재발송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전략사업팀장과 차장, 경영지원팀 차장, 개발사업1팀장 등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의 내막을 잘 알 수 있는 사람들이 협약체결을 위한 사전검토회의에 참가했다. 그러나 성남도개공은 “당시 회의록 내용은 현재 공사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한 상인에게 '함께 사는 세상'이란 방명록과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도개공은 “사업협약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이익 분배조항을 삭제한, 적법하고 타당한 이유는 찾을 수 없다”“초과이익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민간사업자가 독점으로 취득하게 하고 그에 반해 공사에 손해를 가하여 업무상 배임의 범죄가 성립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민간사업자는 현재까지 4039억원을 배당 받았는데, 정당한 몫인 2246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1793억원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그분(공사 사장) 의견에 불과”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단장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성남도개공의 발표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후보의 개입이나 지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사익을 추구한 공사 간부와 불로소득에 눈이 먼 민간사업자들의 결탁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후보는 당시 ‘타법인 출자 승인’ 외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 미채택 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며 성남도개공 조사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후 취재진에게는 “보고서에 이재명 후보와 관련성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설령 일부 직원의 일탈이 있더라도 개개인의 일탈행위이고, 어떻게 보면 이 후보도 사실 속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현재로서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역시 여의도 광복회관 방문 후 성남도개공 조사 결과에 대해 “그분 의견에 불과하다”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