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던 14세 중학생이 건물 4층에서 추락한 뒤 숨진 사고와 관련, 경찰이 해당 병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유족은 고인이 추락 이후 응급실이 아닌 정신병동으로 이송돼 제때 치료를 받지 못 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한다.
1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중학교 2학년생 A군(14)이 추락해 숨진 인천시 서구 모 대학병원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 진료기록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또 의료분야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 병원에 의료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다.
A군은 10월 18일 오전 11시쯤 대학병원 건물 4층 휴게공간에서 지상으로 떨어졌으며, 다리 등을 다쳐 치료를 받기 위해 정신과 병동에서 대기하다가 숨졌다.
경찰은 병원 내 설치된 CCTV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울증으로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군은 사고 당일 병원 측의 허락을 받고 휴게공간에서 산책하다가 4층에서 추락, 세상을 떠났다.
유족 측은 A씨가 과거에도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며 병원 측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책임을 묻고 있다. 특히 A군이 추락한 뒤 응급실이 아닌 정신병동으로 데리고 가 1∼2시간가량 치료가 지연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A군의 지인은 10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모 대학병원에서 아무 조치 못 하고 세상을 떠난 친구 도와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올려 해당 병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자신을 고인의 친구라고 밝힌 청원인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정신 병동에서 1~2시간째 수술 들어가기를 기다리다가 (A씨가) 좋은 곳으로 떠났다고 한다”면서 “조금만 빨리 조치를 취했더라면 친구가 제 곁에 있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토로했다.
병원 측은 A군이 지상에서 발견됐을 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일단 정신병동으로 옮겼고, 검사 뒤 수술을 준비하던 중 숨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의료 관련 사안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인천경찰청 의료사고 전담팀과 외부기관에 자문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