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브이글로벌 피해액 2300억 증발, 금융기관 지급정지 거절”

입력 2021-11-01 14:13

2조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이 실제 몰수·추징보전 금액을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애로사항을 밝히며 예금채권 등을 즉각 지급정지 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촉구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앞서 불거졌던 ‘몰수 보전 금액 중 2300여억원이 증발했다’는 의혹에 대해 “현행법상 계좌 변동 사항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수사기관 통계는 법원 인용 결정에 따름 금액을 기준으로 관리된다. 법원 인용 이후 실제 몰수 보전 금액은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앞서 브이글로벌은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겨 7만여명으로부터 3조8500억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수사 초기였던 지난 5월 2400여억원이 들어있는 법인 계좌에 몰수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지만 실제 계좌 잔고는 110여억원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국수본 관계자는 “몰수 보전 집행은 검찰에서 담당한다”며 “집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도 없고 파악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4월 계좌 영장을 통해 브이글로벌 계좌 잔액 2400여억원을 확인한 후 검찰에 몰수 보전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인용 결정에 따라 검찰이 몰수 보전을 집행했는데, 이 과정에 시일이 필요했고 현행법상 경찰의 즉시 지급정지는 불가능해 예금잔액 변동이 발생한 걸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면서 계좌 잔고에서 2300여억원이 줄어든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4회에 걸쳐 브이글로벌 재산 등 194억원을 대상으로 몰수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인용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라진 금액은 불법 피라미드 구조를 따라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남 본부장은 “부동산과 달리 변동성이 큰 예금채권 등의 경우 초기 수사 단계의 신속한 자금 동결을 위해 지급정지 규정이 신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주요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금융기관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