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레이 말고 ‘바디 아머’를 아시나요!…코카콜라에 합병

입력 2021-11-01 11:24

스포츠음료의 대명사가 된 게토레이(gatorade)는 1980년대 미국 플로리다대 약대 실험실에서 탄생했다. 플로리다대학은 매년 전(全)미 랭킹 탑3를 다투는 미식축구팀으로 유명한 대학이다.

그런 미식축구팀이 어느 해 대학 미식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로즈볼에 진출하자, 열성 미식축구팬이었던 약대 한 교수는 실험실에서 괴기한 ‘물’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냥 물보다 훨씬 빨리 수분을 체내로 흡수할 수 있는 이온 음료수였다. 로즈볼에 나갔다 번번이 패배한 미식축구팀 선수들에게 이 이온물을 물 대신 물병에 담아 제공했다.

신기하게도 플로리다대 미식축구팀은 그해 로즈볼에서 승리하고 전미(NCAA)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다른 대학들, 심지어 프로팀들에서까지 이 음료수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교수는 이 이온물의 이름을 게토레이라고 지었다. 악어사냥꾼을 뜻하는 게이터(gator)에 영양분 제공을 의미하는 에이드(aid)를 붙인 것이다. 게이터는 플로리다대 미식축구팀의 팀 이름(게이터스)였다.

그렇게 탄생한 게토레이는 최고의 스포츠드링크가 됐고, 음료수계의 2인자 펩시콜라사가 이를 수십억 달러에 사들였다. 플로리다대는 게토레이로 돈방석에 올랐고, 부자 대학이 됐다. 현재 전 세계 스포츠드링크 시장 부동의 1위인 게토레이의 스토리다.

그런데 이 게토레이의 신화에 도전하는 신생 스포츠드링크가 있다. 바로 ‘바디아머(Body Armor)’다. 몸을 무장시킨다는 뜻의 이 음료수는 게토레이가 장악했던 스포츠드링크 시장의 새로운 강자다.

글로벌투자분석기관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탄생 30년이 넘은 게토레이가 올해 전 세계 스포츠드링크 시장에서 810억 달러를 벌 동안, 생긴지 10년밖에 안된 바디아머는 140억 달러 어치가 팔려나갔다.

바디아머는 지난해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미 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수백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뒤 경영진으로 적극 활동했던 음료수회사였다. 스포츠선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 전역의 헬스클럽, 아마추어 스포츠클럽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사용자가 늘어났다.

펩시콜라에 게토레이를 선점당했던 음료수계의 황제 코카콜라는 그동안 스포츠드링크 시장에 ‘파워에이드’를 내놓으며 반격을 꿈꿔왔지만 역부족이었다. 파워에이드는 게토레이가 장악한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5%도 되지 않을 정도로 처참하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코카콜라가 바디아머를 무려 560억달러에 인수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카콜라 브랜드 하나만으로 20세기를 재패했던 이 회사 역사상 최고의 타 브랜드 인수합병이다.

게토레이가 빠른 수분 흡수를 내세우고 있다면, 바디아머는 수분 흡수는 물론, 과격한 운동시 발생하는 칼륨 등 필수 원소를 체내 세포에 빠르게 공급하는 ‘물을 통한 신진대사’를 간판을 내세운다.

WSJ는 “세계 음료수시장이 콜라 같이 엄청난 당분으로 ‘나쁜 물’이라는 악명을 감수해야 하는 인스탄트음료에서 ‘건강한 물’ 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다”며 “바디아머는 세계 최대 음료수 기업인 코카콜라의 우산 아래 성장잠재력이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