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조커 분장을 한 괴한이 지하철에 난입해 칼부림을 하고 불을 질러 10여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경시청이 도쿄 게이오센 지하철에서 핫토리 쿄타(24)를 살인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핫토리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도쿄 조후시를 달리던 게이오센 급행열차에 영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 분장을 하고 난입해 칼부림을 하고 지하철에 유류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당시 승객은 NHK에 “(용의자가) 녹색 셔츠와 파란색 정장, 보라색 코트를 입고 조커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른 승객은 “다른 칸에 있던 승객들이 ‘도망쳐’라고 소리를 지르며 몰려왔다”면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족들에게 ‘곧 죽을 것 같다’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핫토리는 3호차에 난입하자마자 좌석에 앉아있던 70대 남성의 오른쪽 가슴을 찌른 뒤 5호차로 건너가 기름과 같은 액체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이 사고로 칼에 찔린 70대 남성은 중태에 빠졌고, 화재로 인해 10~60대 승객 16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열차 내 소동이 벌어지자 기관사는 정차할 예정이 아닌 고쿠료역에 긴급히 정차했다. 승객들은 출입문을 스스로 열거나 창문 등을 통해 탈출했다.
고쿠료 역에서 경찰에 검거된 핫토리는 그 자리에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8월 오다큐선 지하철에서 괴한이 흉기를 휘둘러 10여명이 다쳤던 사건 이후 범행을 결심했다”며 “사람을 죽이고 사형당하고 싶었다. 2명 이상을 죽이면 사형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내에서는 최근 지하철 내에서 연달아 강력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NHK는 “경찰은 감시 카메라와 순찰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승객의 수하물을 검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려워 흉기 등 위험물 반입을 원천차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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