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난지원금’에 홍남기 진땀 “로마까지 와서…”

입력 2021-11-01 10:05 수정 2021-11-01 11:13
이탈리아를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ㆍ보건장관 회의가 열리는 로마의 살로네 델레 폰타네에 도착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로마까지 와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쏘아올린 ‘전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성과를 설명하는 브리핑 도중 재난지원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그의 답변에 브리핑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홍 부총리는 난감해하면서 “제가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을 수행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국민 모두가 입은 피해에 비해 국가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아직까지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앞서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후보와 수차례 대립해 왔다.

이 후보로서는 ‘곳간지기’인 홍 부총리를 어떻게든 설득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인 지난해 9월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고 주장했는데, 홍 부총리는 국회 예결위에서 야당 의원이 “아주 철이 없다”고 평가한 것에 동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후보가 홍 부총리를 겨냥해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적으며 맞섰다.

지난 7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여부를 놓고도 두 사람은 갈등했다. 홍 부총리가 소득 하위 80% 지급 입장을 주장하자, 이 후보는 “억지 그만 부리고 집권여당 방침대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며 홍 부총리를 비판한 바 있다.

이 후보 측 대변인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홍 경제부총리의 벽을 돌파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도전해야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정당국은 아무래도 곳간을 지킨다는 개념이 강하신 분들이고, 정치지도자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곳간을 여는 사람들”이라며 “곳간을 지키는 사람과 여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은 선이고 한 사람은 악이다 이렇게 평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당장 오는 12월 초까지 예산을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재난지원금 지급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정기국회가 한 달 정도 더 남았다. 12월 2일까지 예산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주도로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단순한 이재명 열린캠프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에 (민주)당대표와 당의 의원들과 함께 협의하고 조정하고 설득하는 정치적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