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에게 수십억원을 무통장 입금하거나 장모로부터 받은 돈을 현금 인출해 자녀에게 입금하는 등 ‘꼼수’를 부린 부동산 투기 탈세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국세청은 7개월간 763명을 조사해 2000억원에 달하는 탈루세액을 추징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탈세 특별조사단은 지난 3월 말부터 탈세 사례를 조사해 현재까지 1973억원을 추징했다.
적발 사례를 보면 A씨는 장모 명의 계좌로 여러 차례 전달받은 돈을 현금으로 인출했다. 이를 자녀 계좌로 입금했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현금 증여를 한 것이다. A씨 자녀는 해당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 및 개발예정지구 토지 등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액자산가 B씨는 수십 차례에 걸쳐 은행 창구와 ATM기를 통해 현금을 인출했고 이를 미성년 아들 계좌에 무통장 입금했다. 이런 방식으로 증여세 없이 수십억원이 아들에게 전달됐다. B씨 아들은 이 돈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
이밖에 C씨는 미성년 자녀에게 임대용 빌딩을 증여했다. 그런데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C씨 자녀가 증여세, 취득세 등 수억원을 자진 납부했다. 이 세금도 실은 C씨가 대신 내준 것이었지만 수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 자녀가 자진 납부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지난 3월 말부터 본청, 지방청, 개발지역 세무사 조사요원 등을 투입해 조사단을 구성했다. 대규모 개발지역 발표일 이전 이뤄진 일정금액 이상 토지 거래에 대해 전수검증을 벌였다. 탈세 의심 거래에 대해서는 바로 세무조사로 전환해 거래자 본인과 부모 등 친인척의 자금 흐름을 모두 추적했다.
국세청은 법인자금을 유출해 토지 취득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있는 사주 일가 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국세청은 7개월간 828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였고 이 중 763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완료했다. 김 의원은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조사를 지속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증여 신고를 회피한 경우 부과되는 현행 40%의 증여세 가산세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