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0월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던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1985~2016)가 급성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음악영재 1세대’ 가운데 한 명으로 2004년 덴마크 칼 닐센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와 러시아 모스크바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한 권혁주는 2012년 안양대 관현악과 교수로 특별채용되며 귀국했다. 이후 국내외를 오가며 독주자로 무대에 서는 한편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트, 칼라치 현악 4중주단, 올림푸스 앙상블 등 실내악 멤버로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올해 권혁주의 5주기를 맞아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권혁주를 사랑하는 모임(Kwun Classic Society)’이 권혁주를 기리는 동시에 한국의 유망 연주자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돕기 위한 ‘권혁주 음악 콩쿠르’를 개최한다. 바이올린 부문과 함께 실내악 부문에서 열리는 제1회 권혁주 음악 콩쿠르는 12월 말 영상 심사로 개최되는 예선을 거쳐 내년 1월 15~16일 본선을 치른다. 참가자들의 나이 제한은 없으며 심사는 이경선 교수와 첼리스트 이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각각 바이올린과 실내악 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이경선 교수는 지난달 31일 “혁주가 떠난 지 5주년 됐다. 내 경우 1주기와 3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여한 적 있지만, 점점 혁주가 잊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올해 혁주 어머니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혁주를 기리는 콩쿠르를 열면 어떨까?’라는 얘기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추모 음악회는 계속 열기 어렵지만, 콩쿠르는 계속 이어갈 수 있어서다. 게다가 학생들에게도 좋은 연주자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혁주 어머니는 콩쿠르 개최를 위해 1000만 원을 기탁했다”고 덧붙였다.
콩쿠르 입상자에게는 상금 외에 국내외 무대에서 연주할 기회가 주어진다. 해외 무대의 경우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 설립된 기획사 IMK(대표 권순덕)와 MOU 체결을 통해 체코, 이탈리아 등의 공연장과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게 된다. 국내 무대의 경우 금호문화재단 후원으로 금호아트홀 독주 기회가 주어지는 한편 창원 실내악축제에도 초청받게 된다. 이외에 벽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1년간 입상자 중 국제 무대 진출이 예정된 연주자에게 이탈리안 명기 ‘과르네리’를 무상지원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1회 콩쿠르의 경우 많은 분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셨다. 첫 콩쿠르를 치른 이후 콩쿠르를 사단법인으로 만들고 후원회를 좀 더 활성화해 지속성을 가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