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폭언했어도…법원 “비위제보했다면 공익신고자”

입력 2021-10-31 18:36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신고자의 보호조치 신청 항목 중 일부만 심리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 8일 의과대학 교수 A씨가 권익위를 상대로 제기한 보호조치 기각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한 대학병원 소속 직원들은 2018년 9월 A씨로부터 폭행, 폭언 등을 당해왔다는 고충 민원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병원 특별인사위원회는 2018년 10월 A씨에 대한 징계 심의 요구를 의결했고, A씨는 오히려 직원들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후 진료비를 과다청구했다고 신고했다.

A씨는 징계 논의가 이어지자 직원들의 다른 비위를 신고하며 형사고발도 병행했지만, 2019년 2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추가로 접수된 전공의들의 고충 민원으로 분리 명령을 받았고, 병원장은 A씨가 근무하는 대학 총장에게 A씨의 겸직해제를 요구했다.

A씨는 병원 특별인사위가 자신이 신고한 내용을 유출해 공익신고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영상이 유포되고, 병원장으로부터는 사직을 권유받는 등 불이익이 있었다며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귄익위는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A씨의 신고는 공익신고에 해당하고, 병원 측이 겸직해제 요구를 한 것은 불이익조치가 맞지만 둘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귄익위는 A씨가 각각의 신고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는지 봐야 했지만, 임의로 신청 내용 중 일부만을 조사·판단해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권익위는 각 불이익조치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관해 조사·판단했어야 한다”며 “권익위의 처분에는 판단 누락의 하자가 존재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