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1월 1일 당원 투표를 시작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설 대선 후보를 5일 최종 선출한다. 홍준표 의원은 ‘당심’을 겨냥해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 들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경선 막판 2030세대 표심잡기와 외연 확장에 총력전을 펼쳤다. 지지자 간 폭행 시비까지 불거지면서 대선 후보 경선이 과열을 넘어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 의원은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정권이 설치한 의혹의 시한폭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후보로는 결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2030세대, 호남,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본선에서 확실하게 이길 후보는 역시 저 홍준표뿐”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돼 특별사면권을 갖는 즉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또 과거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2017년 11월 단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한 사과와 사면을 약속한 건 열세로 관측되는 당원 투표 격차를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윤 전 총장은 유튜브에 대국민 영상메시지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문재인정권이 지속되면 국민들 고통이 너무 심할 거 같다”면서 “잘못이 있으면 선거를 통해서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게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지난 30일 방송된 예능 SNL코리아에 출연해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낮은 2030세대의 표심을 노렸다.
윤 전 총장 측은 홍 의원에 대한 견제구를 날렸다. 주호영 윤석열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대당원 메시지를 통해 “오만하고 막말하는 ’독고다이’는 결코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홍 의원을 정조준했다. 또 윤석열캠프는 “정진우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민주당 전직 중앙당 당직자·지방의회 의원들이 합류했다”고 전했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김동철 전 의원 등의 지지 선언에 이어 호남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외연 확장에 공을 들였다.
당 일각에서는 캠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선이 혼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전 총장 측과 홍 의원 측은 ‘당원 투표 줄세우기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명 홍준표캠프 대변인은 “각 당협위원장에게 공천을 빌미로 윤 전 총장 지지율을 끌어올리라는 협박은 구역질 나는 구태의 화룡점정”이라며 “주호영·권성동 의원의 당적 박탈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당심에서 밀리는 홍 의원 측이 급하니 무리수를 던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서울대 커뮤니티에 주 의원과 권 의원 등이 공천을 빌미로 지역구 당협위원장에게 윤 전 총장 적극 지지를 압박했다는 익명의 폭로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또 윤 전 총장 지지자가 30일 저녁 KBS 앞에서 유승민 전 의원 지지자를 폭행한 사건도 논란이 됐다. 유 전 의원 측에 따르면 윤 전 총장 지지자가 응원을 위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유 전 의원 지지자를 밀어내려고, 완력을 행사했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각 후보에게 “품위 있고 절제된 모습이 국민과 당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