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재명 후보’라고 길게 부르다간 볼을 뺏겨요. 공을 줄 때 그냥 ‘재명’이라고 불러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같은 팀원인 20대 여성에게 이렇게 말한 후 서둘러 경기장의 본인 위치로 뛰어갔다. 운동복 차림의 이 후보의 팔에는 ‘재명’이라고 적힌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 후보가 공을 패스받아 슛을 성공시키자 같은 팀 청년들이 환호했다.
이 후보는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을 찾아 2030세대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즐기고 이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후보는 ‘최전방 공격수’로서 매우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두 골을 넣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생활 스포츠라는 부드러운 소재를 매개로 지지율 약세를 보이는 여성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회색 운동복과 흰 운동화의 편안한 차림으로 체육관에 등장한 이 후보는 밝은 표정으로 여성들과 인사했다. 여성 청년 10여명은 필라테스, 헬스 등 생활 체육을 즐기는 직장인과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 참가자가 이 후보에게 “힙하게(유행에 맞게) 입고 오셨다”고 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골을 넣는 공격수, ‘골 슈터(GS)’ 포지션이었다.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인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이 후보와 같은 팀원으로 공 패스에 주력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 반대팀에서 수비를 맡았다. 이 후보는 키가 큰 한 의원을 향해 “키가 너무 커” “걸리버 여행기냐” 등의 견제 발언을 건네며 편안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약 15분간 진행된 경기에서 이 후보는 패스받은 공을 득점으로 연결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공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허리가 뒤로 꺾여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구슬땀을 흘리며 경기장을 뛰어다닌 결과 이 후보팀이 2대 1로 승리했다. 이 후보는 골을 넣을 때마다 청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이 후보는 경기가 끝난 후 ‘성평등한 일상, 성평등한 운동장’ ‘여성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등이 적힌 수건을 들고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간담회에선 여성 생활체육 활성화와 관련된 건의 사항을 듣고 안전한 시설 등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일정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전방 공격수가 돼 진짜 중압감이 컸다. 그래도 제가 두 골을 넣지 않았나. 주변에서 배려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표심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무슨 마음 잡기란 게 억지로 한다고 되겠느냐”며 “우리는 장애인, 청년, 여성 등 모든 영역의 시민들을 다 만나야 한다. 그중 일부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고양=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