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 공략’ 이재명…“공 줄 땐 그냥 재명이라고 불러요”

입력 2021-11-01 05:0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 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넷볼'(영국에서 농구를 모방해 만들어진 여성 전용 스포츠) 경기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를 ‘이재명 후보’라고 길게 부르다간 볼을 뺏겨요. 공을 줄 때 그냥 ‘재명’이라고 불러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같은 팀원인 20대 여성에게 이렇게 말한 후 서둘러 경기장의 본인 위치로 뛰어갔다. 운동복 차림의 이 후보의 팔에는 ‘재명’이라고 적힌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 후보가 공을 패스받아 슛을 성공시키자 같은 팀 청년들이 환호했다.

이 후보는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을 찾아 2030세대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즐기고 이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후보는 ‘최전방 공격수’로서 매우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두 골을 넣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생활 스포츠라는 부드러운 소재를 매개로 지지율 약세를 보이는 여성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회색 운동복과 흰 운동화의 편안한 차림으로 체육관에 등장한 이 후보는 밝은 표정으로 여성들과 인사했다. 여성 청년 10여명은 필라테스, 헬스 등 생활 체육을 즐기는 직장인과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 참가자가 이 후보에게 “힙하게(유행에 맞게) 입고 오셨다”고 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골을 넣는 공격수, ‘골 슈터(GS)’ 포지션이었다.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인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이 후보와 같은 팀원으로 공 패스에 주력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 반대팀에서 수비를 맡았다. 이 후보는 키가 큰 한 의원을 향해 “키가 너무 커” “걸리버 여행기냐” 등의 견제 발언을 건네며 편안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약 15분간 진행된 경기에서 이 후보는 패스받은 공을 득점으로 연결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공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허리가 뒤로 꺾여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구슬땀을 흘리며 경기장을 뛰어다닌 결과 이 후보팀이 2대 1로 승리했다. 이 후보는 골을 넣을 때마다 청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이 후보는 경기가 끝난 후 ‘성평등한 일상, 성평등한 운동장’ ‘여성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등이 적힌 수건을 들고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간담회에선 여성 생활체육 활성화와 관련된 건의 사항을 듣고 안전한 시설 등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일정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전방 공격수가 돼 진짜 중압감이 컸다. 그래도 제가 두 골을 넣지 않았나. 주변에서 배려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표심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무슨 마음 잡기란 게 억지로 한다고 되겠느냐”며 “우리는 장애인, 청년, 여성 등 모든 영역의 시민들을 다 만나야 한다. 그중 일부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고양=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