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바이든, 2~3분 만나…이것은 회동인가, 조우인가

입력 2021-10-31 15:20 수정 2021-10-31 15:46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전 정상 라운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두 정상은 G20 정상회의가 열린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앞두고 만나 선 채로 2~3분간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은 문 대통령이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가진 것을 화제로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고 계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청와대가 ‘회동’이라고 발표하면서 약간의 논란이 일었다. 통역 시간까지 포함해 2∼3분 만남을 ‘회동’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 반론의 요지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만남을 회동이라고 표현한 것은 공식 회담과는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동이든, 조우든, 대화든 공식적인 회담이 아니라는 의미에서는 다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미는 실무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필요할 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20은 다자외교의 현장이며 미국도 다자외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냐, 안 만나느냐’의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31일 “미리 시간을 정해 특정 장소에서 하는 ‘풀어사이드’(pull aside·약식회담)는 회동이라 할 수 있다”며 “아무 준비 없이 지나가다가 만나 인사한 건 ‘조우’”라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이어 “한·미 정상의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청와대 실무진의 역할이고, 역대 정부가 다 그래왔다”면서도 “하지만 짧게 만난 것을 중요한 대화가 오간 것처럼 하는 것은 과대포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회동을 했다고 발표했다면, 의도적으로 만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면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당시 상황은 ‘만나서 잠시 의견을 나눴다’가 있는 그대로의 표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주장을 종합해보면, 한·미 정상이 아무런 조율없이 ‘조우’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그 짧은 만남을 ‘회동’으로 표현한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정상이 짧은 만남을 하는 데 그친 것을 종전선언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한·미 간 시각차로 종전선언에 진전이 없기 때문에 한·미 정상이 별로 할 얘기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로마=박세환 기자, 김영선 기자 foryou@kmib.co.kr, 로마=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