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현수막, 이제부턴 내걸지 않겠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인 전북지역 예비 후보자들이 불법 선거 현수막을 걸지 않는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난립하는 현수막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이를 철거하는 데 드는 행정력 낭비를 줄이자는 뜻을 같이 하면서다. 전북에서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전국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31일 JTV 전주방송과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전주와 익산, 군산 등 도내 12개 시·군에서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불법 선거 현수막을 걸지 않기로 합의했다.
전북교육감 출마 예정자로 거론되는 5명도 불법 현수막 근절에 손을 맞잡았다.
이들이 맺은 협약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한 공식 현수막 외에 별도 현수막을 걸지 말자는 내용이 담겼다. 자치단체가 이를 곧장 철거해도 항의하지 않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지난 5일 전주시장 출마 예상자들이 첫 번째로 합의한 뒤 다른 시·군 80여명의 입지자가 뒤를 이었다. 아직 협약을 맺지 않은 완주와 고창지역 지방선거 입지자들도 다음 달 1일 이 물결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 경우 전북은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불법 현수막 없는 ‘친환경 선거’를 치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정이 서로 다른 입지자들이 한 뜻으로 뭉친 데는 환경단체와 전북지역 민영방송인 JTV 전주방송의 공이 컸다. 협약을 주관한 이들은 100명에 가까운 입지자들을 일일이 만나 불법 현수막 근절에 힘쓰자고 제안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큰 명분에 선거비용과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을 보태 입지자들을 설득했다. 대상자 대부분은 흔쾌히 협약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약식 이후 입지자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이력을 소개하는 불법 현수막을 내걸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각 지자체들은 깨끗한 환경 조성과 환경 보호를 위해 정치인 불법 선거 현수막을 발견하는 즉시 철거하기로 했다.
이 운동을 주도한 곳은 JTV 전주방송이다. 한명규 대표이사는 “예비 후보자들이 이같은 협약에 동참한 것은 대한민국 선거 역사의 첫 사례”라며 “후보들도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