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탈레반’, 결혼식서 음악 들린다고 총기 난사…3명 숨져

입력 2021-10-31 14:24 수정 2021-10-31 14:25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병사들이 수도 카불에서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탈레반이라고 주장한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결혼식장에서 음악 연주 소리를 듣고 총기를 난사해 하객 3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은 29일(현지시간)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 샴스푸르 마르 군디 마을의 결혼식장에서 이번 총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음악이 연주되던 중 난입한 총격범 3명이 발포해 적어도 하객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결혼식에 참석한 목격자는 “젊은이들이 분리된 방에서 연주하고 있었는데 탈레반 전사 3명이 들어와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아리아나 뉴스도 “탈레반 대원과 결혼식 하객 사이에 다툼이 발생했고 탈레반 대원이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여권 사무소 앞에 여권 발급 신청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탈레반 당국은 공식적으로 이번 사안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 이들 총격범은 탈레반을 대표해 행동한 것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탈레반이라고 말한 3명이 결혼식장으로 들어가 음악 연주를 중단하려 했다. 총격 발생 결과 최소 3명이 숨졌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인 다툼에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의 국호)의 이름을 사용하는 이들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격범 3명 가운데 2명은 탈레반 당국에 체포됐고 1명은 도주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원리주의적으로 적용해 사회를 통제했던 탈레반 1차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오락, TV는 물론 음악 연주까지 금지했다.

8일(현지시간) 자폭 테러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의 한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샤리아는 코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에서 파생된 이 법은 형사와 민사 사건뿐만 아니라 도덕적 행위도 포괄하는 법이다.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쓰는 근거로 사용되고, 비무슬림과의 결혼을 금지하고 여성의 법정 증언 능력을 남성의 절반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탈레반이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정권을 잡았을 때 이 법은 근거로 한 처벌로 악명을 얻은 바 있다.

지난 8월 재집권에 성공한 후에는 인권 존중 등 과거보다는 온건한 통치 방식을 천명했고, 아직 음악에 대해서도 과거처럼 구체적인 지침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탈레반 대원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음악 활동을 탄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수도 카불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이 갑자기 한 노래방에 들이닥쳐 아코디언을 부수고, 간판을 철거한 뒤 손님들에게 당장 돌아가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