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이재명 ‘로봇학대’, 감정이입능력의 문제”

입력 2021-10-31 14: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참가 업체의 사족보행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로봇 학대’ 논란에 대해 “기본적으로 감정이입능력의 문제”라며 “실험을 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쳐도 굳이 그런 영상을 공개해야 했느냐”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31일 페이스북에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로봇 개를 발로 차는 영상을 공개했을 때 커다란 항의와 분노의 물결이 일어난 적 있었다. 개발자들이야 로봇을 혹독한 조건에 몰아넣고 가혹하게 학대하는 실험을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살아있는 개와 똑같이 행동하는 존재가 학대당하는 모습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또 “개발자는 로봇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감정이입을 스스로 차단해야 한다. 반면 일반인들은 대부분 사회화 과정에서 습득한 감정이입의 능력이 거의 본능처럼 몸에 코딩돼있다. 이재명 후보의 행동에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그 역시 자기들처럼 감정이입의 능력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는 당연한 기대가 갑자기 깨진 데 대한 당혹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로봇을 생명처럼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소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적어도 문 대통령은 보통사람들과 이 능력을 공유하고 있었다. 문재인과 이재명이라는 두 인성의 차이는 바로 이 감정이입의 능력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죽은 사물까지도 생명으로 여겨 그 안으로 감정을 투사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동물학대자들처럼 살아있는 생명까지도 사물로 보는 이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로봇월드 참관 과정에서 한 업체의 사족보행 로봇을 실험 목적으로 뒤집어 넘어뜨렸다. 넘어진 로봇 개는 잠시 뒤 원래 자세로 돌아왔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며 온라인상에서 ’로봇 학대’ 논란이 일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